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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07 7박8일 유럽여행 - (9) 카사노바의 활동지였던 베네치아를 향해서
- 2008/07/01 7박8일 유럽여행 - (8) 피렌체, 황혼 여행지로도 꼭 선택해야 하는 곳
- 2008/06/16 7박8일 유럽여행 - (6) 단테의 첫사랑을 찾아 피렌체를 헤매다. [1400]
7박8일 유럽여행 - (9) 카사노바의 활동지였던 베네치아를 향해서
이상한 병이 생겼나 보다. 피렌체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골목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만한 자동차들이 즐비하니, 카사노바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이딸리아 도시는 가는 곳마다 나의 발길을 붙잡으려 하는가?
피렌체 시민은 시민과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형차 천국'을 만들었다.
빠스꽐리 부터 시작해서 벤츠에서 생산하는 스마트까지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여러 자동차가 골목이면 골목마다 길이면 길마다 즐비했다. 아래 사진은 피렌체 골목에서 만난 소형차들의 모습이다. 생각나는 김에 찍었던 사진을 모아보니 그 종류와 숫자가 여럿이다. 도시의 캐치프레이즈는 아닐지라도 환경과 정신이 소형차를 이끌어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하는 신호가 있었다. 오후 4시. 밤이 되기 전에 베네치아에 도착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북동쪽으로 향하는 버스는 분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버스에 올라탄 나는 지워지지 않는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 주변의 풍광에 잠깐의 낮잠마저 쉽게 이룰 수 없었다. 헤어진 사랑과의 아픔처럼,
이탈리아 북부의 풍광은 중부의 그것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베네치아로 향하는 창가의 모습은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풍경화를 그려놓은 작가들의 작품이 차창 밖으로 걸려 있는 듯. 이리 저리 흔들리는 차 안이지만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통해서 하나라도 잡아내려는 심정에 3시간의 이동시간 내내 수백 컷의 사진을 찍게 하였다.
때로는 중세 기사가 나올 것도 같다가, 때로는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기도 하다가, 호빗족들이 창궐할 것 같은 성곽을 보았다가 하면서 종국에는 이탈리아제 석양까지 선사한 여행이었다. 아래 사진의 왼편 아래에서 두 번째 사진은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판매되고 있는 샌드위치이다. 우리네 피자 두 판을 엎어놓은 듯한 거대한 것이라서 한 컷 올려놓았다. 과장이 아니다.
혹시 여행 일정 중에 베치찌아에서 아래의 호텔이 예약되었다면 심각하게 반대하심이...
아뿔싸. 호텔의 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절차 밟는데 한 시간을 잡아먹고, 숙소로 올라가는 복도는 붉은빛이 가득해 분위기가 묘했고, 엉성한 저녁식사는 돌이킬 수 없는 불쾌감으로 잠자리까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과 서비스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베네치아 호텔비는 낮게 책정이 되었을 거야." 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깨끗한 청결상태.

혹간 이 글을 읽으셨던 분 중에서는 아직도 7박8일이 다 안 지나갔어?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시간과 지면이 할애되면 10회 아니라 시오노 나나미만큼 써 내려갈 용의도 있건만... 내 최소한의 표현이라는 점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 사실 이 이하로 쓸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여행 7박 8일 중 나흘째! 베네치아에서 새 아침이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의 얘기는 훈족과의 갈등부터 시작된다. 베네치아는 원래 습지대였는데, 6세기경 훈족의 습격을 피해 온 이탈리아 본토 사람들이 간척을 시작, 도시를 건설하였다고 한다. 흙을 부어서 간척한 것이 아니라 긴 나무를 갯벌에 촘촘히 박고 그 위에 건물을 지은 것이다. 베네치아 역사의 시작은 이렇게 고단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현재의 베네찌아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도시가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베네치아의 여행은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배를 타고 도시를 건설한 사람들, 아드리아해에서 그리스의 문명은 큰 호흡으로 받아들이고 물을 땅처럼 살았던 베네치아 사람들은 해외 원정기지뿐만 아니라,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하였다.
베네찌아는 지중해 동부로부터 유럽으로 운반되는 상품의 집산지였을 뿐만 아니라, 중세의 전란으로 사라진 예술과 공예품이 이곳의 공방에서 소생되고 있다는 점 또한 베네치아가 빛나는 부분이다. 베네치아의 유리, 양복감, 비단 제품, 금, 철, 청동 등의 가공기술은 실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베네치아를 방문하면 유리공방을 꼭 찾아가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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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Venezia) 이탈리아 말이다. 영어로는 베니스(Venice), 독일어로는 베네디히(Venedig)라 한다. 베네토어가 있단다. 베네토어로는 베네찌아(Venexia)라고 한다. 스펠링이 다르다.
베네치아는 베니스가 아니다, 롬이 아니라 로마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의 주도이다.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수도였었다. 베네치아만 안쪽의 석호 위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인구는 약 27만 명인데, 이 중 약 17만 명이 육지에 살고 있으며, 3만 명은 석호에, 7만 명은 구시가(Centro storico)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날개 달린 사자의 베네치아 문장은 특이하다. 이 문장은 싼 마르꼬 성당(Bacilica San Marco)과 연관이 깊다. 싼 마르꼬 성당은 예수 12사도 이며 신약성경 마가복음에 나오는 마가(=마르꼬. Marco)가 뭍혀 있는 성당이다. 싼 마르꼬 유해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라에 있었는데, 바다를 잘 다스린 베네치아 인들이 훔쳐온 것이란다. 그런데 12사도 중 마르꼬의 모습은 항상 사자 옆에서 집필하는 모습으로 그려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싼 마르꼬 = 사자 = 알렉산드라의 탈출 = 날개"의 등식에 따라 베네찌아의 문장에 날개달린 사자의 모습이 제정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또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에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희대의 호색한 "카사노바"가 태어나고 활약한 도시이기도 하다.
흥미진진한 베네치아 얘기는 화려한 사진과 함께 7박8일의 유럽여행 속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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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목록
7박8일 유럽여행 - (25) 묵었던 5개 호텔 돌아보고, 여행 마무리
7박8일 유럽여행 - (24) '에스까르고' 먹고 '파리' 떠나기
7박8일 유럽여행 - (23) 루브르 박물관, 딱 두 시간 동안 관람하기
7박8일 유럽여행 - (22) 프랑스 남자에게 동양 여자는 행운이라는
7박8일 유럽여행 - (21) 14Cm 빨간굽의 구두를 신었던 루이14세
7박8일 유럽여행 - (20) 파리는 '빛의 도시'인가 '꽃의 도시'인가?
7박8일 유럽여행 - (19) 괴테가 극찬한 '아름다운' 베른을 거쳐서 파리로
7박8일 유럽여행 - (18) 스위스 민속공연은 시니어들의 독점부업
7박8일 유럽여행 - (17) 3,454m '젊은 처녀의 어깨'에 오르다.
7박8일 유럽여행 - (16) 융프라우 출발점인 인터라켄은 밝고 깔끔했다.
7박8일 유럽여행 - (15) 역사여행지를 넘어 자연여행지 스위스로 가다.
7박8일 유럽여행 - (14) 450년을 지었다는 대성당을 보고 감격하다.
7박8일 유럽여행 - (13) '카사노바'의 가면과 모자는 지금도 인기절정
7박8일 유럽여행 - (12) 바다와 결혼한 베네찌아, 물과 연애하는 곤돌라
7박8일 유럽여행 - (11) 베네찌아의 유일한 광장 '싼 마르꼬 광장'
7박8일 유럽여행 - (10) 곤돌라와 바포레또 사진을 원없이 찍어대다.
7박8일 유럽여행 - (9) 카사노바의 활동지였던 베네찌아를향해서
7박8일 유럽여행 - (8) 피렌체, 황혼 여행지로도 꼭 선택해야 하는 곳
7박8일 유럽여행 - (7) 돌덩이 하나에 역사를 기록한 '사비니 여인 약탈'
7박8일 유럽여행 - (6) 단테의 첫사랑을 찾아 피렌체를 헤매다.
7박8일 유럽여행 - (5) 오드리 헵번을 스페인광장에서 만나다.
7박8일 유럽여행 - (4) 까따꼼베에서 빤떼온을 향해
7박8일 유럽여행 - (3) 바띠깐 박물관에서 싼 삐에뜨로 광장까지
7박8일 유럽여행 - (2) 바띠깐 시국(市國)을 시작으로
7박8일 유럽여행 - (1)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7박8일 유럽여행 - (0) 해외여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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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 (8) 피렌체, 황혼 여행지로도 꼭 선택해야 하는 곳
씨노리아 광장에서 바로 5분 만에 피렌체의 상징인 두오모에 당도했다.
"가능한한 장엄하게, 더욱더 화려하게" 지어진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
피렌체의 상징인 두오모(Duomo=Dome)의 정식 명칭은 '싼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 우리말로 해석하면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아르노 강 건너편으로 보이던 붉은색 두오모가 바로 이곳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사진설명 :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
왜 두오모라고 부를까? 이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의 커다란 돔(Dome)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성당이 없었기 때문일까? 이 성당에는 한번에 약 3만 명이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공사가 시작된 때는 1296년(단기 3629년, 고려 충렬왕 22년) 마무리 된때는 1461년(조선 세조 7년). 무려 166년이 걸려서 완성된 곳이다. 우리네 관광객이 이러한 건축물에 대해서만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록문화이다.
성당을 설계한 이는 아놀포 디 깜비오(Arnolfo di Cambio), 106m의 두오모를 설계한 이는 필립포 브루넬레스키(Fillipo Brunelleschi)라는 것이다. 464개의 계단을 따라 꾸뽈라(Cupola, 둥근지붕탑)에 오르면 피렌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설명 : 두오모 꼭대기에서 바라본 피렌체, 맞은편 카페 양편으로 서 있는 두 개의 조각상. 왼편이 성당을 설계한 캄피오, 오른편이 지붕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 그가 지붕을 설계한 것이 확실하다. 시선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과거 누구의 예술보다 완전한 것'이라고 칭송받았던 '지오또의 종탑'
지오또 선생님과 제자 피사노가 마무리했다는 이 지오또의 종탑 (Campanile di Giotto)은 두오모의 남쪽에 우뚝 서 있다. 그냥 서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하늘을 향해 84m나 올라가 있었다. 이 종탑은 단테의 '신곡(神曲)'에도 나오는 명소이다. 이 종탑은 흰색, 분홍색, 그리고 짙은 고동색의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그 자태가 고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엘리베이터 없이 414계단을 오르내린다는 체력적인 부담으로 등정 포기

[사진 설명 : 지오토의 종탑.]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싼 조반니 세례당 (San Giovanni Battista Firenze)이다. 1401년 피렌체의 산 조바니 대성당 세례당의 ‘천국의 문’은 나사 직물상 조합이 콩쿠르를 거쳐 뽑힌 기베르티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조각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신인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 1378~1455.12.1)가 역시 젊고 재능 있는 경쟁자 부르넬리스키를 제치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청동이 적게 드는 기베르티의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테가 세례를 받았다는 싼 조반니 세례당 앞에 서니,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이라고 칭송했다는 세례당 문이 새삼 경외감으로 다가왔다. 10개의 황금 부조작품으로 구성된 '천국의 문'에는 성서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에서 솔로몬과 시바 여왕에 이르기까지 구약 사건들을 묘사하고 있다. 황금빛 화려함이 극에 달하고, 미술적 원근감 표현이 수려하며, 예술적 가치가 출중한 이 천국의 문을 만드는데 2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우리 남대문은 몇 년 만에 복원한다고?

[사진설명 : 싼 조반니 세례당과 황금빛 '천국의 문']
성당주변의 관광객조차 서로에게는 사진촬영의 대상이 되었다.
성당주변에는 수 많은 관광객으로 가득했고, 광장을 지나치는 마차부터 어린아이들을 유혹하는 와플 그리고 태양의 나라답게 맛에 극치를 보이는 '아이스크림'은 피렌체의 정취를 더욱 선명하게 기억 가운데로 자리잡게 해주는 문화적 코드로 다가왔다.

[사진설명 :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 및 지오토의 종탑, 그리고 주변 풍경]
아홉이라는 숫자와 단테 그리고 베아뜨리체, 그리고 단테의 생가
뒤이어 단테의 생가(Casa id Dante)를 향했다. 단테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함 속에 감춰 진 인간의 교만과 방종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특히 교회의 세속화와 황금만능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래서 대성당을 지척에 두고도 골목에 있는 작은 교회에 다녔다고 한다. 지금 이 교회의 이름은 단테의 교회(Chiesa Di Dante)로 이름 지어져 통용되고 있다. 단테가 다닐 때는 분명히 단테의 교회가 아니었을진대.
단테 생가를 향하는 골목에 좌측으로 그 작은 단테 교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설명 : 단테의 교회이다. 골목만 나서면 아주 거대한 성당들이 있었지만, 단테의 고뇌가 얼마나 컸을까?]
그리고 골목을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견고한 석조건물. 그저 안내인이 알려 주어서 알게 된 정도이지만, 이곳은 연인 베아뜨리체를 평생 잊지 못하고 밤마다 시를 쓰면서 슬픔을 달래던 단테의 생가(Casa id Dante) 앞에 도달했다.

[사진설명 : 단테의 생가는 생각보다 단출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단테의 간절한 바람에도 부유한 집안 딸이었던 베아뜨리체는 아버지의 강요로 돈 많은 상인에게 시집을 가고 말았다. 그리고는 스물네 살에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돈만 밝히는 상인들을 탐탁잖게 여기던 그가 사랑하는 베아뜨리체를 돈만 아는 수전노에게 빼앗겼으니 얼마나 비통했겠는가? 그 아픔들을 속으로 삭이고 토하듯이 뿜어낸 것이 바로 '신곡'이다.
단테가 베아뜨리체를 처음 만난 것이 아홉 살 때였다고 한다.
유화로 남은 베끼오 다리에서의 만남을 그린 그림은 너무 성숙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몇 번이고 역사적 사실을 확인했다. 단테는 아홉 살 때 베아뜨리체를 만났었다. 다시 만난 게 9년 뒤였으며, '신곡'은 아흔아홉 개의 칸토와 서곡 하나로 이뤄져 있다. 단테는 작품 속에서 그녀를 아홉 번째 달 아홉 번째 날에 죽은 것으로 묘사했다. 단테에게 있어서 9라는 숫자는 끝과 시작이었으리라.
7백 년이 지난 지금, 키 작은 이방인인 나의 심장까지 뜨겁게 달구는 힘. 가장 크고 완벽한 숫자인 9로 사랑의 아픔을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킨 단테. 피렌체 시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물처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채 피렌체를 아직도 빨갛게 달구고 있었다.
이젠 더이상 피렌체에 머무를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7박8일 유럽여행은 사흘을 마감하고 나흘째로 접어든다. 느린 걸음의 유럽 여행은 다음 행선지인 카사노바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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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 (6) 단테의 첫사랑을 찾아 피렌체를 헤매다. [1400]
유럽 여행을 시작 한 지 3일째가 되는 날이다. 아쉽지만, 다시 올 기약 없이 로마를 떠나게 되었다. 오전 7시 30분,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버스에 올랐다. 행선지는 피렌체.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233Km를 가야 한다. 교통편은 크게 비행기로는 1시간, 기차로는 1시간 반에서 3시간, 육로로는 4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우리 일행은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무쏠리니 통치 시절 건설되었다는 1번 고속도로를 타고 우측으로는 아펜니노 산맥을 기대여 북서쪽으로 향했다.
피렌체(Firenze)는 토스까나(Toscana)지방의 주도(州都)이다. 영어로는 프로렌스(Florence), "꽃피는 마을'이란 뜻이다. 역사적으로 참으로 오래된 도시로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제국 시절에는 게르마니아와 갈리아 지역으로 출정하는 로마 부대의 중간 숙영지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은 꽃들이 항상 만발하여 로마 군인들에게 향수를 달래며 휴식을 취하는 사랑 받던 도시였다고 한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도시이기 때문에 자부심 또한 대단한 곳이다.
미켈란젤로, 단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인물들 또한 이곳 피렌체 출신이다. 인구 35만 명으로, 도시의 남동부에서 서부의 방향으로 아르노 강이 흐르고, 강 양쪽 언덕을 중심으로 도심이 발달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강 북쪽이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르노 강은 기후와 토질 등의 자연 여건이 좋아 농산물을 비롯하여 문화를 비롯하여 풍요 그 자체를 구가하던 도시였다는 면모를 이곳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토스까나(Toscana, 한때 겨울용 양털 점퍼가 유행했을 때 많이 입었던 토스까나 점퍼의 이름 기원이 이곳 토스까나이다. 아직도 양들을 방목하는 장면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사진 설명 : 위쪽 왼편 사진, 로마에서 미처 못다 한 얘기 중 하나, 로마에는 길거리에 소나무가 많았다. 우리네보다는 키는 컷지만 분명히 가지치기한 소나무가 많았다. 위쪽 가운데 사진은 1번 고속도로, 위쪽 오른쪽 사진은 안개 낀 고속도로 주변, 가운데 왼쪽은 이탈리아 지도에서 본 로마와 피렌체의 위치, 가운데 오른쪽은 피렌체시의 문장, 역시 꽃피는 마을답게 주제는 붉은 꽃이다. 아래쪽 왼편은 현재 사용 중인 중세 고풍 그대로의 농가, 아래쪽 가운데는 높은 산 언덕에 성곽과 현재까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중세 도시, 아랫쪽 오른편 사진은 피렌체 근처의 현대화된 아웃렛]
피렌체에 도착한 시간은 11시50분. 로마에서 출발해서 휴게소에서 한 번 휴식을 취하고 4시간을 내내 달려온 지라 몸은 욱신거리기 충분한 거리였다. 그래서 건강할 때 여행 다녀야 한다는 선배들의 조언이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하고.
피렌체 첫 도착지는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 아르노 강의 남단 언덕에 있는 이 광장에서는 광장 자체를 감상하기보다는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와 그로부터 이어진 멀리 보이는 두오모와 지오또의 종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이 미켈란젤로 광장 중심부에는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보는 또 하나의 가짜 다비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내 열망과 의욕은 한결같이 회전하는 수레바퀴처럼 사랑 덕택이었다" - 단테
사진의 하단부를 장식하고 있는 아르노 강을 가로 지르는 유명한 다리가 있다. 바로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뜻은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이 다리는 열아홉 살의 단테와 베아뜨리체가 처음 만났다는 운명의 장소이다. 이 장면이 그려진 그림도 있지 않은가?
[사진 설명 : 단테와 베아뜨리체가 처음 만났다는 베끼오 다리의 사진과 가운데 왼편은 헨리 홀리데이가 그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세 여인 중에 베아뜨리체는 누구일까? 그리고 가운데 오른편은 피렌체의 주인공 단테이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출발이었다. 그 출발점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피렌체에 도착했던 날의 하늘은 우울한 중세의 마지막처럼 잿빛이었고 가끔 지나치는 피렌체 사람들의 표정 또한 밝지 못했다. 그 이유가 어쩌면 그들은 과거 선조의 역사가 생활기반이다 보니 그대로 두어야만 생존이 보장되는 그래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서는 되는 않는 잔혹하다 싶을 정도의 아이러니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일 우리네 선조의 역사가 이처럼 찬란했다면 그것을 걷어내고 빌딩을 지을 수 있었을까? 그것을 당장 걷어내지 못하는 피렌체 사람들의 복선이 표정에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좁은 골목, 답답하리만치 작은 문과 창문, 울퉁불퉁한 거리. 관광객들에게만 즐거움을 주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사진설명 : 관광안내책자에 나오지 않는 피렌체의 골목. 그들은 우리네보다 불편하게 살고 있음이 분명했다.]
피렌체의 음식은 우리네 전라도 음식처럼 이딸리아에서는 최고라 한다.
피렌체 음식이 최고인 이유는 풍요로운 농산물에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이탈리아에서는 최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럽의 음식은 그리스를 출발점으로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에서 완성되었다는 정설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에서 전라도 음식을 최상으로 꼽는 이유가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인 농산물이 풍부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와도 같다고나 할까? 피렌체 음식의 특징은 올리브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담백한 것이 특징이고, 소금과 후추로 가볍게 맛을 낸 소고기를 숯불에 구운 스테이크 비스테까 알라 피오엔티나(Bisteca alla Fiorentina)를 먹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키안티(Chianti)라는 이름의 적포도주가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키안티는 피렌체 남부의 구릉 지대를 뜻한다. 이 말은 피렌체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말로도 연결된다.

[사진설명: 비스테까 알라 피오엔티나와 키안티 와인으로 점심. 작은 스테이크로 달라 했더니 너무 부족한 듯하게 나왔다. 최상단 우측은 우리가 식사한 Fantasia 식당의 문장. 마치 일본 오사카 상인들이 노렌을 걸어 놓은 듯. 아래 흰색 벽화의 글씨는 우리네 관광객들이 써놓은 불법 방명록 글귀들]
단테의 첫사랑을 찾으러 온 기분으로 피렌체에 당도했다. 날씨만 조금 우울했을 뿐 첫사랑에 대한 설렘은 점심을 마칠 때까지 변함없었다. 그런데 식욕을 채우고 식당 밖에서 다음 행선지를 향하기 전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잡을 때, 세종대왕님의 문화유산인 한글을 피렌체에서 만나게 되었다. 남의 집 담벼락에 '왔었노라'를 연발하는 글귀들.
선배 두 분은 산을 무척 좋아하셨다. 두 분은 서로 산을 좋아하기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느 일요일 산에 자연보호하러 간다며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떠나는 B 선배에게 A 선배가 충고하던 얘기가 생각난다. "산을 좋아하는 것은 산에 가지 않는 것일세. 산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산에 쓰레기를 버리고 온 것 아닌가? 산에 올라가지 않은 사람이 어찌 산에다 쓰레기를 버리겠는가? 그러니 진정으로 산을 좋아한다면 산에 가지 않는 것일세. 산불을 내는 사람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행위이고."
남들의 문화유산이 부러워 이 먼 길을 찾아왔는데, 고작 담벼락에 낙서로 증거를 삼으려 하는 이들을 보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무튼, 배가 든든하니 금강산을 향하자. 싼타 크로체 성당을 지나 씨뇨리아 광장, 베끼오 궁전,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 단테의 생가를 향해 피렌체 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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