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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기준을 세우되, 그 일을 달성할 수 있는 재량권과 책임감을 줘라.

2009/09/01 23:28
The_Road_To_Europe_2008-02-07_05021
[사진설명 : 이딸리아 밀라노를 떠나서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목에 보이는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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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 (16) 융프라우 출발점인 인터라켄은 밝고 깔끔했다.

2008/09/30 01:17
이탈리아 밀라노를 떠나서 스위스 인터라켄까지 5시간 만에 도착했다.

다섯 시간 대책 없이 눌러 지친 엉덩이를 위로하기 위해 서둘러 내린 인터라켄은 아주 소박하고 반듯하고 조금은 냉정한 도시 느낌을 보여주었다. 스위스의 작은 도시 '인터라켄(Interlaken)'은 '호수의 사이'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베른 주의 툰 호수(Thunersee)와 브린쯔 호수(Brienzersee)사이에 위치한다. 서기 1128년(우리나라 고려 인종 6년)에 생겨난 인구 5천 명의 소도시이다. 라틴어 '인터 라쿠스(Inter Lacus)'에서 유래하었고, 베른(Bern) 건너편에 있는 중심도시이기도 하다. 여행서에는 베른에서 배를 타고도 인터라켄에 올 수 있다고 한다.

식사를 위해 주어진 한 시간의 여유는 여행객 대부분을 면세점으로 이끌었지만, 난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여행 열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 이 작은 스위스 도시에 한국인만을 위한 면세점이 있다니! 길밖에 나오니 코 끝을 찡하게 찬바람이 불어왔다. 건너편에 작은 아파트 벽에는 등산을 위한 암벽연습장이 특징적으로 눈에 들어왔고, 한산한 길거리는 원색을 적절히 가미한 강렬한 장식들이 가지런히 상가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H 자동차의 SUV도 버젓이 스위스 번호판을 달고 지나쳤다. 그 자동차의 운전자는 흰머리의 멋진 시니어.

[인터라켄의 길거리 풍경 그리고 H 자동차를 몰고 가는 시니어 운전자]

스위스에서 의외의 코리아 애호가를 만났다. 인터라켄 한 식당 주인이 그랬다.

식당에 들어서면서 탄성이 곳곳에서 불꽃놀이처럼 터져 올랐다. 식당 메뉴에서부터 시작해서 행글라이더 안내까지 보너스로 라면을 준다는 내용까지 모두 한글이 빠지지 않았다. 물론 주인은 스위스인. 그들은 지난 2002 월드컵 이후 한국에 매료되었다고 하면서,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을 외치는 현지인 종업원. 식사의 맛은 고등학교 앞에 줄져진 분식집의 수준을 넘지는 못했지만, 사과 한 알의 이탈리아 도시락에 실망한 위를 달래기에 충분할 만큼 '보너스'를 연발하며 만족할 때까지 음식이 제공되었다.


[사진설명 : 왼쪽 위의 어른 머리만 한 쇳덩어리는 소의 목에 달았던 방울]

누군가 본인의 외국어 수준은 여행을 할만하다고 했다면 최악에 가깝다.

외국어 수준을 판가름하는 기준을 얘기한다면, 돈 쓰는 외국어와 돈 버는 외국어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돈 버는 외국어 수준은 그야말로 최고의 수준이다. 외국어를 사용해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얼마만큼 잘해야 하는지 예측 가능하다. 그런데 돈 쓰는 외국어는 언어를 하기보다는 돈을 지불하는 것뿐이다. 외국인이 우리의 외국어를 외국어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돈으로 외국어를 이해해 줄 뿐이다. 반증하는 방법. 누가 여행 가서 외국어를 몰라서 물건 못사가지고 온 사람 보았는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돈 쓰는 외국어를 자랑하는 것은 못난 소치라고 치부될 수 있다. 피렌체에 이어서 한국 여행객의 예의없는 처사를 목격한 곳도 여기이다. 그저 다녀갔다고 한글을 어디곤 남발하는 것이다.


[사진설명 : 제발 한글로 낙서 좀 하지 말았으면, 1천 원짜리가 식당 벽에 그득했다.]

아무튼 시선은 인터라켄을 남쪽을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는 '알프스 정상'으로 쏠리었다.

젊음은 언제나 밝고 희망적인가? 인터라켄에서 지나친 현지 젊은이들은 참으로 활달했다. 식사를 마치고 인터라켄 동역 (東驛. Interlaken Ost)에 집결하였다. 걸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열차를 타고 융프라우 정상까지 오른다고 한다. 난 표지판을 통해 소개된 융프라우(Jungfrau)를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고, 그야말로 거미줄처럼 철도가 엮여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라켄 동역 앞에도 ASIA라는 동양식당이 있었는데, 특별히 한국식사 메뉴가 올라와 있었다. 인터라켄도 한국 여행객의 주요 거점임이 확인되는 국면이다.

인터라켄에서 그깟 '유럽의 꼭대기'를 기차를 타고 거저 오르는 것에 대해 긴장도를 높이는 이유 두 가지 중 하나는 날씨. 과연 융프라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상상태 그리고 또 하나는 산소가 희박한 산정상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건강상태가 문제이다. 지난 여행객 중에는 예상치 못한 고초를 당한 분들이 있다는 설명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치는 시선은 긴장 그 자체였다.

기상이야 하늘에 맡기고 따른다지만, 2,800m 이상의 산에 오를 때 산소의 공급이 희박한 것이 원인이 되어 고산증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는 누구라도 무심코 지날 수 없는 경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인터라켄 역 주변, 현지 학생들이 드믄 보였다. 역시 조용하다.]

어김없이 오후 1시 정각, 그린델발트를 향해 열차는 출발했다.


그린델발트 (Grindelwald)는 해발 1,034m에 있는 이른바 알프스 고봉을 향한 베이스 캠스이다. 해발 1,034m의 고원에 있으며, 두 곳의 빙하가 근방에 있어 빙하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이거봉, 슈레크호른, 베터호른과 같은 고봉을 등반하기 위한 거점으로 유명한 마을인데, 봄부터 가을까지는 산기슭의 목초지에 야생화가 만발하여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겨울철엔 세계의 스키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린델발트까지는 자동차로도 여행할 수 있는 마을이다. 인터라켄의 해발고도가 567m이니 그저 500m만 오르면 된다. 인터라켄을 출발한 지 채 10분이 지나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들이 눈부시게 다가왔다. 그리고 잠시 뒤 1시40분. 그린델발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설원으로 매혹적인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인터라켄 동역부터 그린델발트 역까지의 풍광]

그린델발트(Grindewalt)에서 클라이네 샤이데크(KleineScheidegg)행 열차로 갈아탔다.

클라이네 샤이테크는 해발 2,061m의 산악마을로 융프라우요흐로 향해 가는 열차가 떠나는 곳이다.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와 같은 알프스의 고봉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있으며, 역 인근에 해발 2,472m의 라우버호른(Lauberhorn) 정상으로 가는 리프트가 있다. 융프라우요흐까지는 약 12Km로, 아이거반트와 아이스메어역은 암반에 뚫은 터널을 지나 도착하게 된다. 넓은 초원지대의 도보여행 코스가 잘 다듬어져 있어 역과 역 사이의 전원 마을을 감상하며 도보여행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다.

고지로 문제없이 올라가는 열차의 비밀은 선로에 있었다. 톱니바퀴로 바퀴와 레일이 결합하여 단 한 번의 운행사고 없이 눈 내리고 얼음 어는 철길에 현지 주민과 여행객 그리고 관광객을 안전하게 옮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풍광은 아름답지만, 점차 춥고 눈 많고 높아짐을 실감케 해주고 있었다. 오후 2시 20분, 인터라켄을 출발한 지 1시간 20분 만에 클라이네 샤이데크에 도착했다. 이곳은 눈을 즐기려는 사람으로 인터라켄의 한산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발길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린델 발트 역부터 클라이네 샤이데크 역까지의 주변 풍광]

융플라우로 가는 철길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1. 인터라켄 동역 (Interlaken Ost. 567m)를 출발해서 2. 그린델 발트(Grindewalt. 1,034m) --> 3. 클라이네 샤이데크 (Kleine Scheidegg. 2,061m) --> 4. 아이거 역 (Eigergletscher. 2,320m)  --> 5. 전망대 아이거반트 역(Eigerwand. 2,865m)  --> 6. 아이스미어 역 (Eismeer. 얼음바다. The Sea of Ice. 3,160m) --> 7. 융플라우요흐 (Jungfraujoch. 3,454m)까지 오른다.

'자연은 인간에게 겸손함을 아무런 가식 없이 보이는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그래서 여행객은 상념만 떨쳐버리면 머릿속에 반듯하게 줄 그어진 두꺼운 공책과 끊이지 않게 잉크가 나오는 펜으로 자연 그대로의 겸손함을 담게 해 준다.' 자연을 만끽하던 스위스 알프스의 자락 한 역 귀퉁이에 한글로 쓰인 여행객의 쪽지에 남겨진 글이다.

난 이 대목에서 멋진 글귀가 생각나질 않는다. 설국의 눈 모양 머릿속이 그냥 하얗게 바랜 것 같다.

오늘은 1.인터라켄에서 3.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 융프라우요호로의 여행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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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목록

7박8일 유럽여행 - (25) 묵었던 5개 호텔 돌아보고, 여행 마무리
7박8일 유럽여행 - (24) '에스까르고' 먹고 '파리' 떠나기
7박8일 유럽여행 - (23) 루브르 박물관, 딱 두 시간 동안 관람하기
7박8일 유럽여행 - (22) 프랑스 남자에게 동양 여자는 행운이라는
7박8일 유럽여행 - (21) 14Cm 빨간굽의 구두를 신었던 루이14세
7박8일 유럽여행 - (20) 파리는 '빛의 도시'인가 '꽃의 도시'인가?
7박8일 유럽여행 - (19) 괴테가 극찬한 '아름다운' 베른을 거쳐서 파리로
7박8일 유럽여행 - (18) 스위스 민속공연은 시니어들의 독점부업
7박8일 유럽여행 - (17) 3,454m '젊은 처녀의 어깨'에 오르다.
7박8일 유럽여행 - (16) 융프라우 출발점인 인터라켄은 밝고 깔끔했다.
7박8일 유럽여행 - (15) 역사여행지를 넘어 자연여행지 스위스로 가다.
7박8일 유럽여행 - (14) 450년을 지었다는 대성당을 보고 감격하다.
7박8일 유럽여행 - (13) '카사노바'의 가면과 모자는 지금도 인기절정
7박8일 유럽여행 - (12) 바다와 결혼한 베네찌아, 물과 연애하는 곤돌라
7박8일 유럽여행 - (11) 베네찌아의 유일한 광장 '싼 마르꼬 광장'
7박8일 유럽여행 - (10) 곤돌라와 바포레또 사진을 원없이 찍어대다.
7박8일 유럽여행 - (9) 카사노바의 활동지였던 베네찌아를향해서
7박8일 유럽여행 - (8) 피렌체, 황혼 여행지로도 꼭 선택해야 하는 곳
7박8일 유럽여행 - (7) 돌덩이 하나에 역사를 기록한 '사비니 여인 약탈'
7박8일 유럽여행 - (6) 단테의 첫사랑을 찾아 피렌체를 헤매다.
7박8일 유럽여행 - (5) 오드리 헵번을 스페인광장에서 만나다.
7박8일 유럽여행 - (4) 까따꼼베에서 빤떼온을 향해
7박8일 유럽여행 - (3) 바띠깐 박물관에서 싼 삐에뜨로 광장까지
7박8일 유럽여행 - (2) 바띠깐 시국(市國)을 시작으로
7박8일 유럽여행 - (1)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7박8일 유럽여행 - (0) 해외여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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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 (15) 역사여행지를 넘어 자연여행지 스위스로 가다.

2008/09/20 07:43
 7박8일 유럽여행의 나흘째 밤은 밀라노에서 지냈다.

여행기를 늘려 쓰기로 작정한 것도 아닌데, 이렇듯 7박8일 유럽여행을 이리저리 곱씹다 보니 15편째 글이 되어서야 닷새째 날을 맞이한다. 다시 여행기를 시작해 본다.

닷새째 날 아침은 새벽 5시에 시작되었다. 역사의 나라 이탈리아를 넘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스위스, 그것도 최고봉인 융프라우를 향한다. 융프라우는 유럽의 꼭대기(Top of the Europe)라고 선전을 해대는 통에, 산 정상을 오른 지가 꽤 오래된 내 게으름에 은근한 기대감을 채워준다.

새벽 5시. 생전 처음 이탈리아식 아침 도시락을 한 봉지씩 배급받았다.

시든 사과 한 알에, 작은 요플레 한 통, 말린 아주 작은 식빵과 배 주스 한 팩 그리고 봉지에 넣어 파는 크로와상이 전부였다. 오전 5시에 받아든 아침 도시락을 꾸역꾸역 고프지도 않은 위에 구겨 넣듯 먹어버렸다. 절대 든든하지도 않았지만, 이마저 거부하면 언제 점심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니 거부할 용기는 결코 없었다.

숙소인 밀라노의 홀리데이인 호텔을 떠나 스위스 인터라켄을 향해 출발한 시간은 여섯 시. 일행 중에는 7학년 5~6반 (75~76세란 뜻이다) 시니어도 계시고, 초등학생도 있으니 강행군이라 아닐 수 없다.

북으로 향하는 길은 점차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는 듯,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으나, 북으로 향하는 자동차나, 남으로 향하는 자동차가 끊이질 않는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육로와 항로가 물동량을 움직이는 길. 그중에서도 육로는 항상 붐빈단다.

오전 7시 10분, 밀라노 호텔을 떠난 지 딱 한 시간 만에 스위스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검문소의 흰색 조명이 이채로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앞차가 꿈지럭거리자 버스기자 '레오나르도'가 이를 참지 못하고 클락숀을 울렸다. 그때 검문소를 지키던 검문소 직원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기분을 풀으려 직원이 검문을 중단하고 사무실로 들어간 것 같다. 거의 10여 분을 '레오나르도'가 검문소 사무실에 들어가 사정 사정을 한 끝에 스위스로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묘한 긴장감이 국경 검문소를 휘감았다.

"Che Bello! Arrivano gli italiani."  

스위스 국경을 넘어서자 "Che Bello! Arrivano gli italiani." 라는 사인 보드가 세로로 서 있었다. 서둘러 사전을 찾아보니.... "아 아름다운 곳, 이탈리아에 곧 도착합니다." 라는 뜻이었다. 난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감으로 문장을 이해했었다. "이제 이탈리아여 안녕~" 이라고 나는 상상했었다. 얼마나 바보스러운 착각인가? 언어에 대해 너무 무지한 상태로 떠난 것 또 하나의 자책이 되었다. 잘 생각해 보니,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를 향해 오는 길목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방향만이라도 제대로 보았으면 해석이라도 그럴 싸 해보였을텐데.

이탈리아 어와 프랑스 어 그리고 독일 어가 모두 통하는 스위스는 뭔가 달랐다.

스위스에 들어서자 호수와 가파른 산 그리고 아스라이 자리 잡고 그림 같은 집들이 그 사이에 빼곡하게 모여 있었다. 자동차 번호판도 유럽 연합의 공통자동차 번호판과는 판이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희끗희끗 흰 정수리를 보이는 알프스의 산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 맴돌던 이탈리아 역사책이 자리잡던 자리를 스위스의 자연이 바꿔 자리잡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 날리는 눈발이 아침 햇살에 비추어 마치 산 정상에서 봉화라도 올린 모양이었고, 산을 바라보는 우리를 의식해서인지 색상마저 예사롭지 않았다. 더구나 가까운 산자락 가파른 포도밭을 일구는 농부의 정성마저 신선했다.

오전 8시30분, 잠시 휴게소에 버스가 멈추었다.

휴게소 매장에는 축산 가공식품이 눈에 띄게 많았고, 커피 한 잔을 주문했더니 에스프레소 저리 가라는 카페인 300% 수준의 숯 같은 종지 커피를 내 놓았다. 어찌나 커피맛이 쓰던지, 그래도 정작 쓰디쓴 첫 맛을 참고 마셔보니 고소한 중간 맛에 뒷맛은 깔끔했다. 난 여기서도 호기심을 멈추질 못했다. 벽 안쪽으로 붙어 있는 ATM(현금인출기)이 참으로 신기했다.

다시 버스는 점점 알프스 산맥 안으로 접어든다. 오랜 시간을 지나서 벗어나곤 하는 터널이 여러 곳.

오전 9시 15분쯤 Zentral Schweiz (= Central Swiss, 중부 스위스)를 지나치고 있었다.

달력에 나오는 사진들의 출신지가 바로 이곳.

스위스를 꿈꾸는 여행가들이 모두 이런 광경을 기억의 정 가운데 두고 있었으리라.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조화와 색감으로 자리 잡아 놓았을까. 버스 안에서 차창으로 비치는 장면을 향해 카메라를 한 시도 쉬지 못하게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호숫가 기나 긴 인공 산책길을 애견과 함께 걷고 있는 건강한 시니어 한 분을 카메라에 남겼다. 선글라스에 짧은 머리의 시니어 역시 달력에 나오는 모델 같았다.

산정상을 몇 개를 넘어서 오전 11시. 이탈리아 밀라노를 출발해서 5시간 만에 스위스의 도시 인터라켄(Interlaken)에 도착했다. 인터라켄의 공기는 마치 사이다에서 나오는 탄산가스처럼 코끝이 찡하도록 시원하면서 알싸했다.

오랜만에 다시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한 여행기. 오늘은 7박8일 중 닷새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스위스 인터라켄까지의 육로여행기를 사진으로 도배하며 마감한다. 차라리 설명이 필요없는 그야말로 이동이었다.

다음은 인터라켄에서 점심을 먹고 유럽의 최정상 융프라우를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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