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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31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 2008/10/20 7박8일 유럽여행 - (19) 괴테가 극찬한 '아름다운' 베른을 거쳐서 파리로
- 2008/10/17 아름다운 베르네 - Beautiful Bern Valley
- 2008/10/14 7박8일 유럽여행 - (18) 스위스 민속공연은 시니어들의 독점부업
- 2008/10/07 7박8일 유럽여행 - (17) 3,454m '젊은 처녀의 어깨'에 오르다.
- 2008/09/20 7박8일 유럽여행 - (15) 역사여행지를 넘어 자연여행지 스위스로 가다.
- 2008/07/10 Jungfrau의 시원한 바람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프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사진설명 : 스위스 베른의 아침, 어느 도시나 아침을 항상 분주합니다. 빨간 버스가 인상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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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 (19) 괴테가 극찬한 '아름다운' 베른을 거쳐서 파리로
유럽여행 두 번째 나라 스위스를 떠나 세 번째 나라 프랑스로 가는 날이다.
여섯째 날은 인터라켄에서 베른까지 버스로, 베른에서 파리까지 고속열차 테제베로, 그리고 파리에서 개선문, 샹젤리제거리, 베르사유 궁전을 구경하고 밤에는 센강 유람선을 타는 일정이다.
꼬박 닷새를 혼자서 운전해주었던 '레오나르도'와 작별하다.
오전 6시30분. 어김없이 버스는 인터라켄에서 출발하여 스위스 베른까지 버스로 1시간만 도착했다. 우선 베른에서 우리는 '우오모, 이탈리아 수다남 레오나르도와 작별을 했다. 레오나르도는 로마에 도착해서 베른까지 우리의 발을 대신했던 고마운 친구이다. 한국말은 전혀 못 알아들었지만, 진득한 유럽인의 풍모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는 로마까지 혼자서 그 큰 버스를 몰고 12시간을 남향으로 내리 달려야 한다. 팁까지 받은 레오나르도의 표정은 밝았다.
베른의 도시는 깔끔하면서 규칙적이었다.
베른은 스위스 한가운데 아르 강(Aar 江)의 주변에 발달한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인구 15만의 조그만 상업 도시. 1191년 베르히톨트 폰 체링겐 공작(Count Berchtold Von Zähringen)이 이곳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로 하고- 아마도 이때는 우리가 즐겨보았던 탤런트 이덕화 씨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TV드라마 '무인시대'와 같은 시기로 고려시대에 무신정변이 일어난 명종 때이고, 3차 십자군 전쟁이 마무리되는 시기이다.- , 사냥을 해서 처음 잡힌 동물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한다. 사냥꾼이 처음 잡은 동물이 곰이었기 때문에 ‘곰(Baren)의 도시’ 베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곰에 대한 시민의 사랑은 남다르다. 베른시의 문장에 곰이 새겨져 있을 뿐 아니라 16세기부터 곰을 기르는 곰 공원이 있다. 독일의 도시 베를린도 도시의 문장에 곰이 그려져 있다. 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트 거리(Marktgasse: Market Street와 유사한 독일 단어. 아마도 우리네의 저잣거리라 할 수 있다.)의 시계탑에도 곰 인형이 등장한다. 매시 4분 전부터 정각까지 펼쳐지는 인형들의 공연에서 새끼 곰, 아빠 곰 등이 등장해 재롱을 피우는 모습은 도시의 명물이 되었다. '곰의 도시' 베른. 그래서인지 베른 주의 깃발에도 곰이 그려져 있고, 곰 공원 등 곰과 관련된 시설이 많다고 한다. 만국 우편 연합 사무국이 있는 곳. 그 베른이 아침 일찍 서두르는 발길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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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베르네, 맑은 시냇물이 넘쳐 흐르고 새빨간 알핀로제스..."
인터라켄에서 베른까지는 약 50분 거리. 우리가 모두 아는 요들송 '아름다운 베르네(Beautiful Bern Valley)'의 도시. 그 베르네가 이곳 베른이다. 이곳 베른은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도시라서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할 필요없이 그저 걸어 다니기 충분한 크기의 도시라고들 한다. 곰과 시계탑과 요들송의 도시 베른. 베른에서 가장 멋진 건축물의 하나인 시계탑(Zeitglocktentrum)이 있다. 이 시계탑은 1191년에 세워졌으며 1530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공사기간은 약 339년. 유럽의 건물들은 보통 수백 년이 걸리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신중한 그들의 정성스러움에 경외심을 떨칠 수 없었다. 매시 정각 4분 전부터 이 도시의 상징인 아빠 곰, 새끼 곰(Bern)과 시간의 신 크로노스(Kronos)의 인형이 나와 춤을 추며 시간을 알려준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베른'을 극찬하다.
“수많은 도시를 보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는 본 적이 없습니다.” 괴테(Goethe, Johann Wolfgang von) 가 슈타인 부인에게 보낸 편지의 구절이다. 괴테는 중세 분위기를 풍기는 베른의 거리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황록색 사암으로 지은 비슷한 집들이 처마를 대고 늘어선 모습에서 ‘평등한 시민 정신’을 읽어내기도 했다. 평범한 도시의 집 모양에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평등함’을 읽을 줄 알았던 남다른 통찰력, 이런 시선들이 있어 문학이 더욱 풍요로워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15세기에 건설된 성 빈센트 대성당은 우아하고 세련된 건축으로 서쪽 출입구 위에는 에르하르트 퀸크가 제작한 고딕 양식의 유명한 <최후의 심판> 조각이 있고, 15세기의 스테인드글라스, 5,404개의 파이프로 된 오르간 등도 유명하다. 높이가 100미터나 되는 대성당의 첨탑은 베른 시가지를 관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10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2층 전망대에 올라가면 시가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도시 곳곳에 있는 11개의 분수도 베른의 대표적인 볼거리라고 한다. 바둑판 모양으로 건설되어 딱딱한 인상을 주었던 도시가 16세기 후반 만들어진 이 분수대들 덕분에 한층 부드럽고 화려해졌다고 한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한껏 멋을 부린 예술적인 분수들. 어린 아이를 잡아먹는 식인 귀 조각상, 사자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거인상 등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있다고는 하고, 아인슈타인이 1903년부터 2년간 머물면서 상대성 원리를 발견했다는 ‘아인슈타인의 집’을 들러보고 싶었지만, 베른에 머문 시간은 고작 50분. 그저 중앙역 근처의 가게와 시계탑 정도의 관찰이 전부였다는 아쉬움에 웅얼거리며 우리는 아침 8시20분 TGV에 올랐다. 우리보다 들뜬 마음은 파리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곰'과 '요들송', '분수'와 '상대성 원리'의 도시 베른을 아주 짧게 지나쳤다.

우리가 탄 테제베는 빨랐다. 내가 휴대한 GPS 장비로는 최고시속 267Km. 같은 기종의 한국 KTX와는 속도와 단박에 비교가 되었다. 그리고 테제베에서 만난 남루하고 지저분했던 프랑스 어린이 4남매. 중간 기착지인 디종(Dijon)에서 내린 이들의 밝고 천진함은 세계 공통이었다.

오후 1시. 베른에서 TGV를 타고 4시간 40분 만에 파리 동쪽에 있는 리용역에 도착했다.
7박8일 유럽여행 20회 얘기는 여행 엿새째 오후 프랑스 파리의 리용역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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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목록
7박8일 유럽여행 - (25) 묵었던 5개 호텔 돌아보고, 여행 마무리
7박8일 유럽여행 - (24) '에스까르고' 먹고 '파리' 떠나기
7박8일 유럽여행 - (23) 루브르 박물관, 딱 두 시간 동안 관람하기
7박8일 유럽여행 - (22) 프랑스 남자에게 동양 여자는 행운이라는
7박8일 유럽여행 - (21) 14Cm 빨간굽의 구두를 신었던 루이14세
7박8일 유럽여행 - (20) 파리는 '빛의 도시'인가 '꽃의 도시'인가?
7박8일 유럽여행 - (19) 괴테가 극찬한 '아름다운' 베른을 거쳐서 파리로
7박8일 유럽여행 - (18) 스위스 민속공연은 시니어들의 독점부업
7박8일 유럽여행 - (17) 3,454m '젊은 처녀의 어깨'에 오르다.
7박8일 유럽여행 - (16) 융프라우 출발점인 인터라켄은 밝고 깔끔했다.
7박8일 유럽여행 - (15) 역사여행지를 넘어 자연여행지 스위스로 가다.
7박8일 유럽여행 - (14) 450년을 지었다는 대성당을 보고 감격하다.
7박8일 유럽여행 - (13) '카사노바'의 가면과 모자는 지금도 인기절정
7박8일 유럽여행 - (12) 바다와 결혼한 베네찌아, 물과 연애하는 곤돌라
7박8일 유럽여행 - (11) 베네찌아의 유일한 광장 '싼 마르꼬 광장'
7박8일 유럽여행 - (10) 곤돌라와 바포레또 사진을 원없이 찍어대다.
7박8일 유럽여행 - (9) 카사노바의 활동지였던 베네찌아를향해서
7박8일 유럽여행 - (8) 피렌체, 황혼 여행지로도 꼭 선택해야 하는 곳
7박8일 유럽여행 - (7) 돌덩이 하나에 역사를 기록한 '사비니 여인 약탈'
7박8일 유럽여행 - (6) 단테의 첫사랑을 찾아 피렌체를 헤매다.
7박8일 유럽여행 - (5) 오드리 헵번을 스페인광장에서 만나다.
7박8일 유럽여행 - (4) 까따꼼베에서 빤떼온을 향해
7박8일 유럽여행 - (3) 바띠깐 박물관에서 싼 삐에뜨로 광장까지
7박8일 유럽여행 - (2) 바띠깐 시국(市國)을 시작으로
7박8일 유럽여행 - (1)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7박8일 유럽여행 - (0) 해외여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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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 (18) 스위스 민속공연은 시니어들의 독점부업
융프라우에 부딪히는 바람도 거칠어 단번에 눈발을 수백 미터씩 날려보낸다.

[사진설명 : 융프라우 정상에 날리는 눈바람]
오후 4시 20분. 이제 바늘을 칼처럼 날을 세운 듯 아프도록 시리게 뺨을 때리고 날리는 바람을 피해 하산을 시작했다. 융프라우로 오르던 왼쪽 능선의 그린데 발트(Grindenwald) 노선이 아닌, 오른쪽 능선을 오르는 라우터브루넨(Lauterbrunen) 노선을 택했다. 여행객들에게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선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주어졌다.

[사진설명 : 산 기울기에 맞추어 아예 경사지게 좌석이 배치된 등산 열차]
석양에 부대끼는 능선들은 하얀 눈보라는 석양의 빛은 머금어 황금빛으로 눈길을 유혹했다. 눈으로 보이는 협곡과 빙하 그리고 바위산은 그저 사진에서 보았던 그것과는 달리 내 눈으로 보았다는 것일 뿐, 마치 미국 서부의 그랜드 캐니언에서 그 깊이와 길이를 눈으로 측정하지 못하는 어둔한 그리고 막연함이 수치로 나열해 가는 인솔자의 말과 도저히 일치되지 않는 혼돈 감으로 진위에 대한 의심만 증폭되었다. 눈에 보이는 저 얼음덩이가 몇백만 년이나 되었다고? 저기 저 얼음덩이 높이가 몇 백 미터라고?
해발 2,061m의 클라이네 샤이데크 (Kleine Scheidegg. 2,061m)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 20분. 이제 석양의 기세도 꺾이고 서서히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서야 융프라우가 속살을 보여주었다는 안도감 그리고 행운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결코, 쉽게 정상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융프라우, 그러나 우리에게는 관대했다.
세 번째에 와서야 겨우 융프라우를 볼 수 있었다는 한 동행 여행객의 감탄사에 무덤덤히 내려오면서 점점 쓸쓸하게 느껴지는 어깨를 쓰다듬던 여행객 모두는 그제야 히죽거리며 감탄의 꼬리말을 이었다. "정말 그렇다고 하네요. 제 친구도 그냥 10m도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눈안개 속에서 컵라면만 먹고 왔다나요?" 그래도 오를 때의 설렘과 비장함은 찾을 수 없이, 피로와 추위가 엄습한 등산 열차는 전혀 살갑지 않았다. 가끔 빗면으로 산자락을 보이는 산들의 연속사열은 적당히 익숙해 있었다. 그저 특이한 것은 온갖 눈위에서 놀고 탈 수 있는 장비들이었다. 거기서 너댓살된 스위스 한 꼬마를 보았다. 녀석이 워낙 활달해서 초점을 잃었지만, 어딜 가나 아이들의 모습은 밝아서 좋다.

[사진설명 : 중간 기착지 및 하산 주변들의 광경. 아이 사진 포함]
저녁 7시. 정확하게 6시간 동안의 융프라우 여행이 마감되었다.
인터라켄 동역에 열차가 도착한 시간은 정확하게 저녁 7시. 그러니까 오후 1시에 출발한지 6시간 만이었다. 역시 스위스의 시계처럼, 스위스 역에 걸린 시계처럼 아주 정확하게 열차는 움직였다. 열차에 내려서는 인터라켄 동역에서 5분거리에 있는 저녁식사 장소로 모두 지친 발걸음을 옮겨 슈피허(Casino Folklore SPYCHER)라는 민속공연 식당으로 들어섰다.
스위스의 민속 음식은 겨울과 축산에 맞추어져 있는 듯했다.
치즈, 백포도주, 소고기…. 스위스 요리하면 대표적으로 퐁듀(Fondue)를 꼽는다. 백포도주와 치즈를 녹인 소스에 작게 썬 빵을 찍어 먹는 치즈 퐁듀(Fondue de fromage)가 아마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음식이다. 다른 퐁듀로는 샐더드 오일에 소고기를 튀겨먹는 미트 퐁듀(Fondue bourguignonne)가 있다. 우리 일행이 먹게 된 저녁은 미트 퐁듀였다. 맛을 따지자면 우리네 한우 등심을 숯불에 구워먹은 것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왜 그리 고기맛이 밋밋했던지….
스위스 민속공연은 정말 시니어들의 독점 부업임이 틀림없었다.
미트 퐁듀를 식탁에 깔아놓고는 민속 공연이 시작된다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공연자들이 등장했다. 아뿔싸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여행객들의 입에 오르는 탄성은 입 모양을 합창하듯 똑같이 보였다.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 상큼하게 요들송을 불러줄 아가씨 공연자는 하나도 없었고, 물론 총각도 보이질 않았다.
질그릇에 동전 돌리기, 빨래판 박자 맞춰 긁어 소리내기, 스위스 혼- 길이가 족히 3m는 넘어 보였다.- 아코디언 연주, 소 방울로 연주하기 그리고 숟가락 부대껴 소리내기며 생활용품에 가까운 아주 단순한 소리 악기까지 스위스 민속공연은 소박하고 심지어는 단순의 극치를 보는 듯싶었다. 이 모두 시니어 공연자들의 몫이었다. 한편으로는 아쉬웠지만, 공연 마무리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장면이 되어서는 우리네 동네 아줌마나 아저씨 같은 푸근하게 다가와 함께 어울리며 춤추는 시간으로 맛없는 식사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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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스위스 시니어들이 주관하는 민속공연]
밤 9시가 되어 공연관람과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인터라켄에서 7박8일 중의 하루를 묵으러 숙소를 찾았다. 서서히 누적되어가는 피로감에 닷새째 밤은 기억도 없이 지나가 버린 것 같다.
다음 여행은 예술의 도시 파리를 향한 7박8일의 여섯 째날부터 기록한다. 센강이여 나폴레옹이여 에펠탑이여 그대로 있어다오, 내가 온전히 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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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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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 (17) 3,454m '젊은 처녀의 어깨'에 오르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만 올라도 알프스의 여름 풍광을 상상할 수 있다. 한여름에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온난화의 영향 때문일지는 몰라도 이른바 눈이 샤워처럼 쏟아져 내리는 스노 샤워 (Snow Shower)를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야···. 야, 참말로 보고는 싶지만, 여름철의 스노 샤워를 위해 또 융프라우를 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그냥 눌러앉고 싶은 생각은 왜 드는 것일까?'

[고도계가 2,366m를 가리킨다. 높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장면]
스위스의 융프라우 역시 내 발목을 잡는다. 물론, 어딜 가나 발목 잡히지만.
'젊은 처녀의 어깨'를 뜻하는 융프라우요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다. 그러니 Top of Europe이 틀린 말은 아니다. 융프라우는 산의 이름이고 융프라우요흐 역에서 남서 방향으로 보이는 산이 바로 융프라우이다.
이 융프라우요흐가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12년이란다. 이른바 3.1만세 운동보다 7년 전에 3,454m를 철도로 정복한 곳이 이곳 스위스이다. 이렇게 높은 산에 철도로 오를 생각을 하다니. 아돌프 쿠에르첼러(Adolf Guyer-Zeller)가 설계를 했단다. 그의 흉상은 아쉽게도 그의 철도레일과 함께 계단 구석진 곳에 빛도 없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왼쪽 아래 사진 : 아이거반트 역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의 풍경]
바위산을 관통해 가면서 스위스인들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을 만들었다.
등산 열차는 고도에 따라 그 지형에 맞는 차량으로 바뀌기 때문에 중간마다 갈아타야 한다. 철도 노선은 산의 왼쪽 능선을 오르는 그린데 발트(Grindenwald) 노선이 있고, 오른쪽 능선을 오르는 라우터브루넨(Lauterbrunen) 노선이 있다. 어차피 인터라켄 역에서 왕복요금이 같아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고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오는 노선을 택했다.
클라이네 샤이데크 (Kleine Scheidegg. 2,061m)에 도착해서는 다시 융프라우요흐 행 등산 열차 JB(Jungfraujoch Bahn)로 갈아탄다. 진정 '젊은 처녀의 어깨에 오르는 등산 열차인 셈이다. 클라이네 샤이데크부터는 바위산을 뚫고 만든 터널을 오른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까지 오르는 구간의 시간은 무려 51분. 컴컴한 터널을 오르는 등산 열차 안의 여행객들은 숨죽이며 긴장도가 높아가는 상황이다.

[100년전에 아이스미어 역을 건설하는 인상적인 사진이 걸려 있다.]
백두산은 2,744m 그리고 고산병이 발생 고도는 2,500m. 그 이상을 통과한다.
급성고산병은 고지대에서 증상은 두통, 나른함, 식욕부진, 숨찬 증세, 현기증, 구역, 구토, 비틀거림, 호흡곤란 등이 생긴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니 거의 수직에 가깝게 2,061m에서 3,454m를 쉬지 않고 오르는 것은 가히 긴장이 될만한 상황. 중간에 전망대 아이거반트 역(Eigerwand. 2,865m) 정차하게 되면, 잠시 여행객들의 긴장을 풀어줄 좁은 창으로 날랜 창끝처럼 가파른 산비탈이 숨을 멈추게 한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으려 부산을 피워보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어서 아이스미어 역 (Eismeer. 얼음바다. The Sea of Ice. 3,158m)에 도착하면 열차 안의 스크린에는 현재높이(current height 3,158m)를 가리킨다.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용기있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창밖은 얼음이 뒤엉켜 시야마저 온전치 않다. 전망대를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은 온통 흰색과 그림자로 인한 회색 뿐이다. 거기에 바깥쪽으로부터 밀려오는 찬 기운에 가볍게 뛰는 것마저 쉽지 않은 산소 부족을 서서히 느낄 수 있다. 통로 벽에 붙어 있는 100년 전 아이스미어 역의 공사장면이 흑백사진 네 장으로도 충분히 당시의 험난한 공사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스위스가 아니었다.

[컵라면과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우체국, 어딜 가나 라면의 인기는 항상 수위권이다. ]
융프라우요흐 역의 최고 특산품은 '스위스 칼' 아닌 대한민국 N사의 'S 컵라면'
이미 1912년에 개통이 된 관광지여서 그런지 융프라우요흐 역에 연결된 전망대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우체국'이 있다. 오히려 일본 우정국에서 세워놓은 빨간색 우체통이 주인인 듯 자리를 잡고 있다. 우체국 옆에 있는 간이 식당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컵라면 앞에서 거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머리를 숙이고 식사에 몰입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난 그저 무심코 지나쳤는데, 아내는 동행 여행객들 사이에 젓가락만을 들고 용감하게 돌진을 하고 있었다. 결국···.
아내로부터 "그 흔한 'S라면'도 안 사준 야박한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역을 지나면 '플라토(Plateau) 전망대'에서 돌아오는 길이 바로 얼음궁전이다. 얼음궁전은 그야말로 빙하의 가운데를 깎아 만든 여행객들에게 눈요깃거리의 궁전이다. 왕이 살던 곳은 아니다. 그 많은 여행객이 지나치는데도 독수리 상 조각을 비롯한 이글루니, 의자 그리고 통로 모두가 빙하인데 더는 녹지도 더는 얼지도 않으면서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얼음궁전은 빙하를 뚫어 만들었다. 녹지도 얼지도 않게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신기할 뿐]
그리고 아···. 스핑크스 전망대. 그리고 융플라우가 보이는 바로 아래. 오후 3시 44분. 내 생애 가장 높은 곳에 발을 딛고 있었다. 절대. 글로 여행기를 적을 수 없는 곳이다.
난 이곳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왕복하는 기간에 무려 1,483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니 다른 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진을 긁어대었다. 어디 자주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장면 장면이 이다지도 생경하고 이국적일 수 없었다.
조금 걸음 속도를 높이면 머리가 띵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동으로 발걸음 속도가 느려진다.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이 신체의 운동을 제어하는가 보다. 세찬 바람도 낮은 산소 농도도 펼쳐진 장관에 비하면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스핑크스 전망대 벽에 누군가가 동판을 새겨 걸어 놓았다. 고도계는 3,618m를 가리킨다.]
전망대에 오르니 어디가 아이거(Eiger)인지, 어디가 멘히(Monch)인지, 어디가 융프라우(Jungfrau)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이 큰 광경을 좁은 카메라 렌즈에 담는다는 것이 얼마나 구차하고 변변치 못한 것인지를 실감하면서 창조주의 위대함이 대지 가득 밀려들었다.
스핑크스 전망대 벽에 걸린 동판에 새겨진 성경구절이 그야말로 이 대목을 설명하는 가장 현명한 판단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O LORD, HOW MANIFOLD ARE THY WORKS! IN WISDOM HAST THOU MADE THEM ALL: THE EARTH IS FULL OF THY RICHES. PSALM 104/24
"여호와여 주께서 하신 일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주께서 지혜로 그들을 다 지으셨으니 주께서 지으신 것들이 땅에 가득하나이다." 시편 104편 24절.
누구도 지나칠 수 있었던 벽면에서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 그 동판을 보았고, 그 상황적 감동이 면도날같이 뺨을 스치는 예리한 바람결마저 나를 무디게 만들었다. 이렇게 순간순간을 감동하는 나를 보면서 난 여행중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현지 시각이 오후 4시35분.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유럽의 꼭대기에 정확하게 발자국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한다. 이어지는 여행기는 융프라우를 내려오는 과정과 반대로 내려가면서 보여지는 주변 광경들과 스위스 시니어들의 민속공연 그리고 스위스 음식 얘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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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목록
7박8일 유럽여행 - (25) 묵었던 5개 호텔 돌아보고, 여행 마무리
7박8일 유럽여행 - (24) '에스까르고' 먹고 '파리' 떠나기
7박8일 유럽여행 - (23) 루브르 박물관, 딱 두 시간 동안 관람하기
7박8일 유럽여행 - (22) 프랑스 남자에게 동양 여자는 행운이라는
7박8일 유럽여행 - (21) 14Cm 빨간굽의 구두를 신었던 루이14세
7박8일 유럽여행 - (20) 파리는 '빛의 도시'인가 '꽃의 도시'인가?
7박8일 유럽여행 - (19) 괴테가 극찬한 '아름다운' 베른을 거쳐서 파리로
7박8일 유럽여행 - (18) 스위스 민속공연은 시니어들의 독점부업
7박8일 유럽여행 - (17) 3,454m '젊은 처녀의 어깨'에 오르다.
7박8일 유럽여행 - (16) 융프라우 출발점인 인터라켄은 밝고 깔끔했다.
7박8일 유럽여행 - (15) 역사여행지를 넘어 자연여행지 스위스로 가다.
7박8일 유럽여행 - (14) 450년을 지었다는 대성당을 보고 감격하다.
7박8일 유럽여행 - (13) '카사노바'의 가면과 모자는 지금도 인기절정
7박8일 유럽여행 - (12) 바다와 결혼한 베네찌아, 물과 연애하는 곤돌라
7박8일 유럽여행 - (11) 베네찌아의 유일한 광장 '싼 마르꼬 광장'
7박8일 유럽여행 - (10) 곤돌라와 바포레또 사진을 원없이 찍어대다.
7박8일 유럽여행 - (9) 카사노바의 활동지였던 베네찌아를향해서
7박8일 유럽여행 - (8) 피렌체, 황혼 여행지로도 꼭 선택해야 하는 곳
7박8일 유럽여행 - (7) 돌덩이 하나에 역사를 기록한 '사비니 여인 약탈'
7박8일 유럽여행 - (6) 단테의 첫사랑을 찾아 피렌체를 헤매다.
7박8일 유럽여행 - (5) 오드리 헵번을 스페인광장에서 만나다.
7박8일 유럽여행 - (4) 까따꼼베에서 빤떼온을 향해
7박8일 유럽여행 - (3) 바띠깐 박물관에서 싼 삐에뜨로 광장까지
7박8일 유럽여행 - (2) 바띠깐 시국(市國)을 시작으로
7박8일 유럽여행 - (1)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7박8일 유럽여행 - (0) 해외여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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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8일 유럽여행 - (15) 역사여행지를 넘어 자연여행지 스위스로 가다.
여행기를 늘려 쓰기로 작정한 것도 아닌데, 이렇듯 7박8일 유럽여행을 이리저리 곱씹다 보니 15편째 글이 되어서야 닷새째 날을 맞이한다. 다시 여행기를 시작해 본다.
닷새째 날 아침은 새벽 5시에 시작되었다. 역사의 나라 이탈리아를 넘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스위스, 그것도 최고봉인 융프라우를 향한다. 융프라우는 유럽의 꼭대기(Top of the Europe)라고 선전을 해대는 통에, 산 정상을 오른 지가 꽤 오래된 내 게으름에 은근한 기대감을 채워준다.
새벽 5시. 생전 처음 이탈리아식 아침 도시락을 한 봉지씩 배급받았다.

시든 사과 한 알에, 작은 요플레 한 통, 말린 아주 작은 식빵과 배 주스 한 팩 그리고 봉지에 넣어 파는 크로와상이 전부였다. 오전 5시에 받아든 아침 도시락을 꾸역꾸역 고프지도 않은 위에 구겨 넣듯 먹어버렸다. 절대 든든하지도 않았지만, 이마저 거부하면 언제 점심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니 거부할 용기는 결코 없었다.
숙소인 밀라노의 홀리데이인 호텔을 떠나 스위스 인터라켄을 향해 출발한 시간은 여섯 시. 일행 중에는 7학년 5~6반 (75~76세란 뜻이다) 시니어도 계시고, 초등학생도 있으니 강행군이라 아닐 수 없다.

북으로 향하는 길은 점차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는 듯,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으나, 북으로 향하는 자동차나, 남으로 향하는 자동차가 끊이질 않는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육로와 항로가 물동량을 움직이는 길. 그중에서도 육로는 항상 붐빈단다.
오전 7시 10분, 밀라노 호텔을 떠난 지 딱 한 시간 만에 스위스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검문소의 흰색 조명이 이채로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앞차가 꿈지럭거리자 버스기자 '레오나르도'가 이를 참지 못하고 클락숀을 울렸다. 그때 검문소를 지키던 검문소 직원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기분을 풀으려 직원이 검문을 중단하고 사무실로 들어간 것 같다. 거의 10여 분을 '레오나르도'가 검문소 사무실에 들어가 사정 사정을 한 끝에 스위스로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묘한 긴장감이 국경 검문소를 휘감았다.
"Che Bello! Arrivano gli italiani."

스위스 국경을 넘어서자 "Che Bello! Arrivano gli italiani." 라는 사인 보드가 세로로 서 있었다. 서둘러 사전을 찾아보니.... "아 아름다운 곳, 이탈리아에 곧 도착합니다." 라는 뜻이었다. 난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감으로 문장을 이해했었다. "이제 이탈리아여 안녕~" 이라고 나는 상상했었다. 얼마나 바보스러운 착각인가? 언어에 대해 너무 무지한 상태로 떠난 것 또 하나의 자책이 되었다. 잘 생각해 보니,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를 향해 오는 길목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방향만이라도 제대로 보았으면 해석이라도 그럴 싸 해보였을텐데.
이탈리아 어와 프랑스 어 그리고 독일 어가 모두 통하는 스위스는 뭔가 달랐다.
스위스에 들어서자 호수와 가파른 산 그리고 아스라이 자리 잡고 그림 같은 집들이 그 사이에 빼곡하게 모여 있었다. 자동차 번호판도 유럽 연합의 공통자동차 번호판과는 판이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희끗희끗 흰 정수리를 보이는 알프스의 산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 맴돌던 이탈리아 역사책이 자리잡던 자리를 스위스의 자연이 바꿔 자리잡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 날리는 눈발이 아침 햇살에 비추어 마치 산 정상에서 봉화라도 올린 모양이었고, 산을 바라보는 우리를 의식해서인지 색상마저 예사롭지 않았다. 더구나 가까운 산자락 가파른 포도밭을 일구는 농부의 정성마저 신선했다.

오전 8시30분, 잠시 휴게소에 버스가 멈추었다.
휴게소 매장에는 축산 가공식품이 눈에 띄게 많았고, 커피 한 잔을 주문했더니 에스프레소 저리 가라는 카페인 300% 수준의 숯 같은 종지 커피를 내 놓았다. 어찌나 커피맛이 쓰던지, 그래도 정작 쓰디쓴 첫 맛을 참고 마셔보니 고소한 중간 맛에 뒷맛은 깔끔했다. 난 여기서도 호기심을 멈추질 못했다. 벽 안쪽으로 붙어 있는 ATM(현금인출기)이 참으로 신기했다.

다시 버스는 점점 알프스 산맥 안으로 접어든다. 오랜 시간을 지나서 벗어나곤 하는 터널이 여러 곳.
오전 9시 15분쯤 Zentral Schweiz (= Central Swiss, 중부 스위스)를 지나치고 있었다.

달력에 나오는 사진들의 출신지가 바로 이곳.
스위스를 꿈꾸는 여행가들이 모두 이런 광경을 기억의 정 가운데 두고 있었으리라.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조화와 색감으로 자리 잡아 놓았을까. 버스 안에서 차창으로 비치는 장면을 향해 카메라를 한 시도 쉬지 못하게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호숫가 기나 긴 인공 산책길을 애견과 함께 걷고 있는 건강한 시니어 한 분을 카메라에 남겼다. 선글라스에 짧은 머리의 시니어 역시 달력에 나오는 모델 같았다.

산정상을 몇 개를 넘어서 오전 11시. 이탈리아 밀라노를 출발해서 5시간 만에 스위스의 도시 인터라켄(Interlaken)에 도착했다. 인터라켄의 공기는 마치 사이다에서 나오는 탄산가스처럼 코끝이 찡하도록 시원하면서 알싸했다.

오랜만에 다시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한 여행기. 오늘은 7박8일 중 닷새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스위스 인터라켄까지의 육로여행기를 사진으로 도배하며 마감한다. 차라리 설명이 필요없는 그야말로 이동이었다.
다음은 인터라켄에서 점심을 먹고 유럽의 최정상 융프라우를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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