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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소비도 은퇴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마음가짐

2011/08/31 00:42

나의 첫 지각 출근 얘기다. 취직 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 시절, 출근을 서두르다가 하숙집의 문고리 옆에 삐져나온 못대가리에 양복바지의 허벅지 위치가 커다랗게 'ㄱ' 자로 찢겨져 내린 적이 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이 모습을 보고는 나의 아랫도리를 분홍색 보자기로 감싸주었다. 넥타이에 양복 입은 신사가 분홍색 치마를 두르고 골목길을 달렸다. 다행스럽게 골목 어귀에 있는 세탁소가 문을 열어서 시간을 채촉하고 동동거리며 '짜깁기' 수선을 받았다. 물론 그날은 지각이었다. 생각만해도 식은 땀이 나는 기억이다. 양복이 한 벌 더 있었더라면 갈아입고 출근을 했을 텐데, 그 당시 나는 단벌 신사였다. 그리고 '짜깁기' 수선도 보편적이어서, '짜깁기'한 양복을 입는 것이 부끄러움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옷수선 집에서는 짜깁기라는 품목이 사라졌고, 기술자도 없어진 모양이다. 물론 무릎을 기운 바지도 거의 사라졌다. 단지 옷을 통해서 보더라도 그만큼 생활이 나아졌고, 내핍 생활을 궁핍한 것으로 오인할 정도로 소비의 풍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모두 베이비붐 세대의 앞 세대부터 시작된 경제발전의 산물이고 근면 성실로 쌓아온 경제력으로 이어진 소득 증가가 가져다 준 선물이 아닐까.

그런데 이제는 지나칠 정도의 소비 탓에 오히려 더 많은 불편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삿짐을 운반하는 차량이 오면 으레 따라오는 청소차량이 그 모습이다. 오래 살면 살수록 많아진 '묵은 짐'들을 정리해야 계기가 바로 이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좁은 집에 집에 '사다 논' 물건으로 앉을 자리가 편치 않은 장면을 보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너무 많이 소비하지 않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농민운동가가 쓴 "요즈음 사람들은 죽으라 일해서 돈을 벌고, 죽으라하고 사고는, 죽으라 하고 버린다."라고 초과 소비에 대해서 비웃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가든파티에서 만난 미국 시니어, 가난하지 않은 이들은 그 흔한 '명품'을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해서 사람이 타지도 않은 에스컬레이터가 쉼 없이 돌아가고, 단 두 명의 관객을 위해서 그 넓은 영화관은 싸늘하도록 냉방기를 돌리고, 한 명의 승객을 태운 고속버스는 먼 지방을 향해 정시에 출발한다. 고르는데 두 세 시간을 들인 옷가지도 한 번 입고 나가서 동료에게 어색한 것 같다는 평을 받고는 다시는 입지 않는 옷으로 분류되고, 가득 옷장을 채운 정장들을 보면서 모임에 나가기 전 또 옷가게에 들러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은퇴 후의 생활은 이처럼 젊은 시절의 유행이나 소비력을 보여주거나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과는 달리 절제되고 계획된 생활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반발 작용으로 외형적인 소비에 치중되는 것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는 꼭 점검해 보아야 할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변화가 소비 시장에서도 서서히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른바 '대여업'이 바로 그것이다. 결혼식에서 친인척임을 확인시키기 위해서 단 한 번 입을 한복을 아주 비싼 가격에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명품 한복 대여점'에서 훨씬 비싼 한복을 빌려서 더 높은 만족도를 올리는 경우를 발견할 수도 있다. 큰 예식장을 빌려서 하객을 채우느냐 급급한 나머지 하객 아르바이트까지 동원하던 진풍경은 서서히 물러나는 것 같다.

소비란 것이 이상한 것이어서 급격하게 늘이기는 쉬워도 줄이는 것을 쉽지 않다. 물가가 급격히 올라가고 급여가 동결되고 자녀가 학원을 더 다닌다고 해서 다른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팔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 거의 어렵다는 것이다. 이른바 소비는 하방경직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늘이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소비라는 것이다.

많은 금융 회사에서는 은퇴 준비는 젊어서부터 시작하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이는 젊어서 준비 못 한 시니어에게는 '젊어서부터 무절제한 생활을 한 사람' 과 같이 살아서는 안된다는 말처럼 상처로 돌아올 수 있는 생각을 미처 못한 말이다. 어쨌거나, 시니어의 절제된 생활이 절대 추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용기가 되는 말이다.

요즘들어 새로운 소비 경향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욘족(Yawns)이다.  호화로운 소비보다는 자선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 신 엘리트 계층을 말하는데, 사치품을 사는데 돈과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삶을 사는데 더 많은 돈과 에너지를 투자한다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소비의 속도를 늦추지 못하는 시니어의 고민 중의 하나는 바로 '체면'이라는 것. 이제 '체면'이라는 가면을 벗고 절제된 소비로 100세 시대의 장수를 누리시는 것은 어떨까? ⓒ 김형래

 
태그 : yawns, 소비, 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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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래의 금융주의보] 샴푸 광고 늘면, 수도요금도 덩달아 늘어난다.

2009/06/06 07:51
'북학의'라는 책을 쓴 장원급제 출신의 박제가라는 실학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책을 통해서 민간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우물론'을 펼쳤습니다.

  "무릇 재물은 우물과도 같다. 우물의 물은 퍼서 쓸수록 자꾸만 가득 채워지는 것이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리는 것이다."라면서 경제의 발전 동력 중의 하나로 건전한 소비를 주창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물을 퍼낸다는 것은 소비를 의미하는 것이라 해석됩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서 많은 고통이 뒤따르고 있는데, 여기에 민간 소비라는 해법이 당연 메뉴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쓰질 않으니 팔리지 않고, 팔리지 않으니 돈이 들어오질 않고, 돈이 없으니 고용이 줄고, 고용이 줄게되니 쓸 수 없고... 악순환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민간 소비의 촉진과 고용 증대가 해법 중에 해법으로 등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물론'이 요즈음 같은 경제 상황에서 극복을 위한 좋은 해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같은 물이지만 최근의 '수도요금의 경제학'으로 견주어 보니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있더군요. 부가 설명을 위한 잠깐 다른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한때는 국민 1인당 소비량으로 경제수준을 가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습니다. 국민 1인당 소고기 소비량, 국민 1인당 종이 소비량... 하면서.

  요즘 우리 국민 1인당 물 소비량을 보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 확실합니다. 비교하기 쉬운 1999년 자료를 보게되면, 우리나라 물 소비량은 388리터로 일본의 357리터, 영국의 323리터 그리고 프랑스 281리터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이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 소비량으로만 따지자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도 선진국입니다.

  물을 많이 소비하는 것은 아마도 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물이 풍족했고, 잘 씻고 깨끗한 민족이어서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목욕을 즐기는 일본에 비해서 많이 쓴다는 것은, 혹시 '우물'을 박박 긁어 과소비를 하거나 낭비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을 많이 쓴다는 것은 청결과 위생상태를 설명하고 미용과도 직결되어 좋은 의미로 연결될 수 있지만, 그러나 공짜인 우물물과 달리 수돗물은 공급을 위해 비용이 들어가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고, 수도요금과 수돗물 생산원가를 비교해 보면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2007년의 수도요금 대비 생산원가는 84 : 100이라는 놀라운 수치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수도요금이 물가관리를 위한 정책 가격 중에 하나이다 보니, 오랫동안 올리지 않다보니 원가대비 84%의 헐 값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수돗물의 가격이 수돗물 제조원가보다 싼 것을 소비자가 간파하고, 그야말로 물쓰듯 수돗물을 썼는지도 모릅니다. 수돗물에 따른 손실분은 결국 다른 형태의 세금으로 감당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에다 머리에 쓰는 물비누인 삼푸 광고가 거품처럼 철철 넘치고, 최고의 연예인이 광고에 참여하다보니, 서로들 머릿결 미인이 되기 위해 샴푸 소비도 늘어나고 이에 따라 물소비가 덩달아 늘어나니 수도요금도 늘어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 집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 처럼, 특히 수도물은 과소비 해서는 안될 품목이라는 것을 설명드린바 있습니다.

  박제가의 '우물론'에서의 '물'은 제대로된 소비를 뜻합니다. 건전한 소비에 나서면 선순환적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갑자기 200년전의 '우물론'을 언급하는 것은 경기 회복의 선결 실행도구인 건전한 민간소비의 증대를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샴푸 광고가 늘면, 수도 요금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경제 뒷이야기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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