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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25 Y대리는 벌써 개인고객만 3백명이 넘는다.
- 2005/10/19 05.10.19 몽블랑 예찬
Y대리는 벌써 개인고객만 3백명이 넘는다.
2006/10/25 20:27
NIKON CORPORATION | NIKON D50 | Not defined | Pattern | 1/30sec | F/7.1 | 0.00 EV | 18.0mm | Off Compulsory | 2006:07:27 11:22:04
매장이 화려하고 브랜드가 좋다고 많은 고객이 찾을 것이라는 것은 착각. 오히려 고객이 적었다. 왜?
내가 알고 있는 Y대리는 고객을 만나는 일이 너무 즐겁다.
다들 한 방을 위해서 법인 고객을 만나러 동분서주 할 때, 그는 줄곳 개인고객을 만나기를 즐겨했다. 출퇴근길이 너무 즐겁다고 했다. 출퇴근길 왼쪽과 오른쪽에 고객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란다. 그가 고객과의 만남이 처음부터 즐거웠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주변에서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그가 고객과의 만남이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말을 아주 조리있게 하거나 멋진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서 제시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많은 고객을 사로 잡았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고객을 부담스러운 세일즈 대상으로 삼지 않고, 좋은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가장 어려운 일은 명함을 건내는 일이란다. 가망고객이란 생각이 들만한 분들은 명함조차 받아주지 않고, 심지어는 명함을 집어던지는 모욕적인 상황까지 만났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거래 후 발길을 끊는 그런 계산적인 세일즈맨이 아니라, 거래가 성사되건 말건 시계처럼 정기적으로 고객을 만나기 위해 나타났고 때마다 새로운 정보, 그것도 고객이 필요하고 기다렸던 정보를 전달하면서 세일즈로 연결지었던 것이다. 그는 아직 번듯한 법인 고객도 없지만 잔잔한 고객들이 맡긴 자산규모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늘었다.
지난 번 회의때는 최고의 아날로그 워드프로세서라고 할만한 "몽블랑"펜을 대표 세일즈맨으로 선사하는 순서를 가졌다. 그의 양복에는 낡고 평범한 볼펜이 꽂혀져 있었다. 그는 이제 멋진 펜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어서 아주 기쁘다고 했다. 우리는 그가 아주 작은 보폭으로 평범하고 단순하게 세일즈 활동을 하면서 차곡 차곡 쌓인 고객을 자산으로 매일 매일 성실한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하고 있다. 더우기 이제는 그 개인고객 한 분 한 분이 주변 사람을 추천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가속도가 붙어가는 대표사례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Y대리는 오늘도 명함 건내는 일이 가장 소중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지점문을 나서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변함없는 세일즈 맨 Y대리이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의 계산대 옆에는, 계산을 끝낸 물건들을 쇼핑백에 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흔히 배거(bagger)라고 부른다. 흔히 싱글 배거(Single Bagger)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확고한 의식이 없는 배거를 일컫는데, 그는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로 쇼핑백에 물건을 제대로 넣으려면,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다루어야 하지만, 싱글 배거는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고객에게 던지듯이 건네주고, 그러다 보면 쇼핑백은 무게를 이기지 못해 터지는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싱글 배거는 봉투 탓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모면하려 한다.
반면 더블 배거(Double Bagger)는 많은 물건을 구매한 손님이 오면, 한 장의 봉투를 덧씌운 두 겹의 봉투를 준비하고, 무거운 것부터 차근차근 밑에 넣고, 부스러지기 쉬운 것들은 정성스럽게 위에 얹는다. 더블 배거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하찮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는 이런 평가나 인식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내면세계에는 항상 꿈과 목적의식이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더블 배거가 넘치는 기업과 조직은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할 수밖에 없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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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19 몽블랑 예찬
2005/10/19 06:38
더 이상의 사고확장에 무심했지만
이 예찬의 글을 읽고 두고 두고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개구리운동장
============================================================
more..
Spark(박순백), November 18, 1991
-- 이 글을 방송극작가 김지수 씨에게 바침. --
몽블랑(Montblanc), 그리고 몽블랑(Mont Blanc). 같으나 같지 않은 것. 전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이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좋은 만년필의 이름이다. 물론 후자는 보다 많이 알려진 산의 이름이다.
'겨우 만년필이 무슨 글의 주제가 될 수 있겠는가?'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도 적지 않으리라. 만년필. 이젠 흔히 쓰이지 않는 필기구이다. 훨씬 편한 필기구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만년필은 단지 깃털 펜이 사라지고, 복음처럼 철로 만든 펜촉이 등장하여 필기의 혁명을 이룬 직후의 또 다른 혁명이었을 뿐이다. 필자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컴퓨터에 숙달된 사람들이니, 우리와 보다 친숙한 워드프로세서의 관점에서 이 만년필을 소개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책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워드프로세서란 용어는 문서 편집기니 편타기니 하는 한자 조어, 또는 발음이 나쁜 일본인들이 단지 그들 나름으로 발음해 보았던 "와뿌로"보다는 "필기구"란 용어로 대체됨이 더 바람직하다. 물론 워드 프로세싱 프로그램과 그것을 작동시킬 컴퓨터 시스템, 그리고 프린터를 합쳐야 비로소 하나의 시스템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면에서 하나의 완벽한 체계의 워드프로세서인 만년필과는 구별될 수 있으리라.
- 몽블랑 만년필
우리의 머리 속에 있는 존재하는 생각들. 이것들을 외부 기억장치가 플로피 디스크가 되었건, 종이가 되었건 간에 거기다 정리할 수 있는 주변기기 중 하나를 워드프로세서라고 생각한다면 만년필은 비교적 오래된 워드프로세서이자 워드 프로세싱을 위한 주변장치로서의 프린터이다. 결국 그 모든 것이다.
난 워드프로세서 (정확히는 컴퓨터와 워드 프로세싱 프로그램)의 등장과 함께 펜을 버린 사람 중의 하나이다. 타자하는 방법을 남들보다 일찍 배워 키보드의 이용에 숙달이 되니 10자 이상을 펜으로 쓰다보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아직도 구닥다리 워드프로세서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만년필로 대표될 수 있는 그 고전적인 워드프로세서를 완전히 떨쳐 버리지 못하고 언제나 포켓에 꽂고 다니는 사람인 것이다. 이유는 아주 명백하다. 만년필만큼 간편하게, 그러면서도 우아하게 워드 프로세싱을 해줄 수 있는 - 전자적인 - 워드프로세서가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술을 기본으로 해서 만들어진 워드프로세서란 것은 만년필만큼 작지 못하며 작아봤자 노트북 컴퓨터 정도의 - 만년필에 비해서는 엄청난 덩치의 - 크기에서 더 작아 질수는 없는 것 같다. 필기 인식 시스템을 내장한 포켓용의 워드프로세서가 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쓸만한 필기 인식 시스템을 구경하려면 10년 정도는 족히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도구들은 친구의 전화번호를 적거나 급하게 뭘 메모할 때는 너무나도 성가신 물건일 뿐이다. 아주 커다란 키보드도 문제이지만, 손가락 하나로 누를 수 있는 키보드는 이미 키보드의 장점을 잃어버린 것으로서 더 이상 키보드로 불릴 자격도 없는 것이다. 기존의 도구인 필기구와 비슷한 것으로 써놓고 이를 인식하는 방법은 이미 키보드의 장점을 잃어버린 것이어서 또한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
다시 한 번 전자적 워드프로세서의 현황을 돌아보자. 일단 파워를 켜고, 워드 프로세싱 프로그램을 싣고, 키보드를 두드려 일을 한다고 해보자. 워드 프로세싱된 내용을 프린트하기 위해서는 프린터가 있는 곳에 가야하며, 어떤 프린터도 아직 우리 수첩의 한 자리에 필요한 내용을 찍어줄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작동하지 못한다.(그렇게 해줄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도 없다.) 그러므로 워드프로세서가 만능인 듯 떠드는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바꿔가야만 한다. 수정할 필요가 많고, 양이 많은 문서의 경우에만 그것이 만능에 가깝다고 기존의 생각을 고쳐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전자적인 워드프로세서의 빈약한 장점에 비해서 만년필이 가진 장점을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 보기로 하자. 아직도 난 영문 사용설명서에 적힌 여러 가지 단어, 혹은 <바이트> 지 등 미국의 컴퓨터 전문지에 실린 광고에서 보았던 문구들 만큼 설득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보지 못했으므로 그같은 방법을 채택해 보기로 한다. 그러므로 각종 프린터의 영문 사용설명서에 사용되곤 하는 구절들을 다시 상기해 보기로 하자.
고전적 워드프로세서의 장점들
폰트(서체)와 관련된 장점
o Various fonts provided : 이것이 가진 폰트(서체)는 포스트스크립 카트릿지가 가진 십수개의 폰트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실제로는 무한대라고 보아야 옳다.)
o Scalable font : 컴퓨터 계에서 스케일러블 폰트를 장점으로 내세운 것은 겨우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고전적 워드프로세서가 가진 폰트 사이즈는 무한대이다. 1/72"(1포인트) 이상의 모든 글씨를 처리할 수 있다.(만년필은 아니지만 쌀 한 톨에 성경 구절을 새겨 넣을 수 있는 중국인들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작은 폰트도 처리할 수 있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o Better than PostScript : 존 워녹은 뉴욕항을 지나는 배와 그 배경을 포스트스크립 기술로 처리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고, 그 기술을 토대로 한 포스트스크립 폰트로 다시금 우릴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 기술을 토대로 처리하는 것보다 더 매끈한 곡선으로 모든 폰트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고전적 워드프로세서에 있어서는 외곽선 글씨, 필업(fill up) 글씨 등 어떤 형태의 글씨라도 문제가 없다. 특히 필기체 폰트의 경우는 아직도, 아니 영원히 타 기종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o Various add-on peripherals : 삼각자, 각종 플라스틱 템플릿 등의 애드 온 그래픽 패키지를 활용하는 경우 값싸게 어떠한 폰트, 혹은 그래픽 폰트 이미지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o Logically paper size dependent : 사용하려는 폰트 사이즈의 결정은 사용하는 종이의 크기에 비례하여 결정된다. 플래카드를 만들려는 경우 이 워드프로세서로 만든 외곽선 폰트를 페인트 붓으로 필업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마진과 관련된 장점
o Surprising features for spreadsheeting: 보통 프린터의 좌우 마진은 136칼럼이 한계이지만 이것이 지원하는 칼럼 사이즈는 무한대이기 때문에 전자계산 시에 특히 유효하다.
o No Funk Software's software needed: 펑크 소프트웨어사의 [사이드웨이] 등 열(row)로 처리한 자료를 굳이 칼럼으로 뽑아내는 역할을 하는 특수한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유지관리와 관련된 장점
o Economical to use: 이것은 비싼 레이저용 토너 드럼, 잉크젯 배럴, 그리고 프린팅 리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쇄용 잉크의 리필(refill) 가격은 거의 무시해도 좋은 정도여서 경제적이다. 토너 드럼과는 달리 리필링 시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o More than 5-year warranty: 모든 프린터들이 3년 이상의 보장을 않지만 이 기계(?)는 무려 5년 이상의 사용이 보장된다.
o No moving parts: 이 프린터는 움직이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고장이 놀랄 정도로 적다.
o Nearly no or the cheapest maintenance charge needed : 유지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이 기계는 30년 동안 쓰고도 프린팅 세그먼트(촉)만 갈아 쓰는 것으로 아직도 건재한 것들이 많다는 소문이다.
o Easily washable with water: 물로 씻을 수도 있다. 물로 청소할 수 있는 프린터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들은 바가 없지 않은가?
지원 언어와 관련된 장점
o Multiple language supported/Automatic language recognition: 이것은 쓰는 사람의 국적에 따라 자동적으로 그 언어로 프로세싱되는 특징을 지니므로, 모든 언어를 다 처리할 수 있다.
o Any byte(s) system supported: 이것은 1바이트, 2바이트 코드 언어를 다 지원하며, 멀티 바이트 코드 지원체제도 이미 오래 전부터 갖추고 있었다. 유니 코드의 출현에 있어서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동성과 관련된 장점
o Tremendous portability: 이의 이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원한다면 한꺼번에 10개라도 지닐 수 있다.(가벼운 것으로 소문난 버블젯 프린터라 할지라도 무게가 1.8킬로그램이나 되며, 이 프린터를 상의 포켓에 꼽고 다니는 사람에 대해서는 들어본 일이 없다.)
그래픽 및 사용법과 관련된 장점
o Graphics function fully supported: 이것은 사용자에 따라 그래픽 전용의 프린터로 사용되기도 하며, 누구라도 그래픽의 목적으로 이를 사용할 수 있다.(어린이도 사용 가능하나 안전성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o User friendly and no arguing of computer illiteracy: 국졸 이상의 학력이면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리터러시(literacy) 논쟁이 필요 없다. 특히 그래픽 프린팅의 경우는 학력과 관계없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안전성과 관련된 장점
o Safety: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소모가 없고, 감전사고도 있을 수 없다.
o No lost of memory during a power failure: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전기가 끊어지는 경우 버퍼에 들어간 내용이 지워져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다. 이는 아주 오래된 플래시 메모리 시스템인 인간의 기억 장치를 보조 메모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치와 관련된 장점
o Easy installation: 포켓 주머니에 꼽든, 안주머니에 넣든 설치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 전혀 없어서, 구입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데스크 탑용으로 쓸 수도 있으며, 책상의 면적을 경제적으로 이용키 위해 이 프린터는 필통에 보관했다가 쓸 수도 있다.
특장점 들
o Application for spreadsheeting: 계산기(calculator)를 동반할 때는 스프레드쉬이트로 쓰일 수 있다.
o Application for communications: 프린트된 종이를 비행기로 접는 경우에는 근거리 통신도 가능하다.
o Application for database: 수첩을 동반하는 경우는 조회하기 편한 텔레폰 디렉터리, 메일링 리스트, 스케쥴러 등으로 쓰일 수 있으며,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데이터 베이스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o Silent operation with no comparison: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레이저 프린터와 비교해도 될 만큼 소음이 적다.(소음이 전혀 없다고 표현하는 사용자가 많다.)
o Cost and performance advantage: 갖가지 놀라운 성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저명한 지는 이의 가격대 성능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보아, 이를 1992년의 "Product of the Year"로 선정할 것이라고 한다.)
기타의 새로운 용도
o Personal security: 심지어 어떤 여성 사용자의 경우는 이를 불한당을 처치하는 데 쓰는 데도 성공했다. 이로써 워드프로세서의 영역을 호신용 무기의 새로운 차원에 까지 이르게 하였다는 <뉴욕 타임즈>의 찬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관련 기사의 게재 날짜는 추후 공개 예정임.)
이 정도면 세상의 어느 프린터도 당할 수 없는 기능이 아닌가? 그런데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만년필은 프린터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고, 워드프로세서 그 자체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휴릿 패커드(HP), 캐논, 오끼데이타 등 프린터계의 거성들이 이 훌륭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이 프린터계의 거성은 몽블랑, 파커, 쉐파, 펠리컨 등이며, 국산 제품들은 금성이나 삼성, 제일정밀 등이 아니고 빠이로트 등의 상표를 달고 있다.) 제목과는 다르게 워드프로세서에 관한 해묵은(?) 논쟁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이제 비로소 본론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워낙 한 때의 나처럼 PC나 (전자적) 워드프로세서 만능을 부르짖는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위의 몇 문단을 썼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Mont Blanc." 불어. 영어로는 "Mountain White"라고 대치될 수 있는 말이다. 불어에서는 형용사가 뒤로 가 붙는 법이니 당연히 "흰 산"이란 뜻이다. 백두산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이름이다. 백두산. 엉터리 영어로 하면 "White Head Mountain"이라고 하겠으나, 영어로 좀 제대로 표현해 보자면 "모자를 쓴 것처럼 흰 눈이 덮여있는 산"의 의미로 "Snow Capped Mountain"이라고 할 것이다. 어쨌거나 둘이 같은 이름이다. 똑 같이 흰 산을 의미하고자 그렇게 서로 다른 민족들은 표현한 것뿐이다.
몽블랑하면 동글동글 구르는 발음에 밝고, 경쾌하며, 여린 느낌이 전해져 오고, 백두산이라고 하면 뭔가 어두운 기색이 있으나, 그 걸 생각하면 할수록 힘 찬 기운이 마음 한구석으로부터 용솟음치며 온 몸이 떨려옴이 느껴진다.(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그 넓은 벌에 말 달리던 선구자의 피가 내 몸의 한 구석을 흐르고 있는가?) 대외 선전용으로 그렇게나 신비한 곳, 백두의 천지에서 모터보트를 달리는 장면을 찍어서 나로 하여금 백두의 신비를 앗아간 북쪽의 인간들이 있다.(그건 정말 날 아연실색케 했다.) 몽블랑도 인간들에게 철저히 파괴된 곳이다. 등산철도로 시작해서 케이블카로 올라 얼음 동굴을 거치면 그 4,810메타의 고지가 나타난다. 유럽의 정상을 오르는 기쁨을 관광자원으로 삼은 불란서 놈들에 의해서이다. 자연보호론 자들의 빗발치는 반대를 무릅쓰고 케이블카를 설치했다는 그 산이다.(에펠탑의 건설이 초창기에만 욕을 먹고, 나중에 사랑 받은 것과는 달리 이것은 계속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유럽의 지붕.
드디어 백두산, 아니 몽블랑!
- 몽블랑 만년필
그 몽블랑을 상표로 해서 태어난 만년필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태어난 장소는 독일이다. 펜촉에 "4810"이라는 몽블랑의 높이를 의미하는 숫자를 확연히 새겨 놓은 만년필이다.
만년필을 만드는 데 있어서 단지 유럽의 정상이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그렇게 이름을 정하고, 또 그걸 잊지 않기 위해서 그 높이를 펜촉마다 새겼다고 한다. 이제 그 만년필은 유럽 제일의 테두리를 벗어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세계 제1이란 소릴 듣게 되었다.
(그런데 왜 이 만년필의 이름을 에베레스트로 바꾸지 않는지 의문이다. 펜촉에도 훨씬 더 큰 숫자인 8848을 적어놓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럴 바에는 숫자로 쓰지 말고, K2란 상표의 만년필을 만들었더라면 마케팅 면에서 훨씬 성공을 거두었을 지도 모른다. 외우기 좋고, 들려오는 느낌도 강하고......)
죽은 형이 즐겨 쓰던 만년필이 있었다. "빠이롯트." 온 나라 사람들이 다 못살던 시절, 한반도 전체가 촌티 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던 그 시절에는 무척이나 선망의 직업이었나 보다. 만년필의 이름을 [조종사]라고 붙여 놓았으니 말이다. 그런 이름의 만년필을 형이 쓰고 있었다.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으로 쓰인 글씨들은 참으로 멋졌다. 게다가 그 만년필을 사용하는 형은 공부를 잘 했다.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모양으로 글씨를 쓰고, 공부조차 잘못하는 난 형을 부러워했다. 그 만년필에 비밀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 만년필만 있으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형이 죽고 난 후에 형의 만년필은 내 차지가 되었다. 난 떠난 형에 대한 슬픔도 잠시, 그 만년필이 내 것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쾌재를 부르던 한 덜된 인간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 인간이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 때 정도 되어서야 옆집 아저씨 덕분에 난 빠이롯트가 제일 좋은 만년필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미국제 파커가 제일 좋은 만년필이라는 것이다. 당시 나의 용돈으로는 이 파커 만년필을 살 수 없었기에 난 그와 동일한 모양을 가진 파커 호환기종(?)을 골랐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게 중공제인 "영웅"이었다. 이 만년필은 중학생의 덜 세련된 눈에는 상표만 다를 뿐 완전히 파커와 동일한 모양에다 쓰는 감촉도 그와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 무척이나 그 만년필을 사랑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현재의 타워호텔 아래에 있는 반공센타에 학교에서 단체로 반공교육(지금도 이런 거 있나?)을 받으러 갔다가 그것과 헤어지게 되었다. '혹시나 이 중공제의 만년필을 쓰다가 이곳 직원들에게 들키면 난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가서 신나게 얻어터질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서는 감옥에 갈 것이고...' 이런 생각이 들어서 쉬는 시간에 그 만년필을 화장실에 가서 버리고 만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뭔지 이해하지도 못할 어린애들에게 공산주의의 실상을 잘못 가르친 결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이렇듯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올바른 판단의 준거를 가질 수 없도록 교육을 한 것이라면 그 교육이 북한에서 미국인이나 남조선(?)인들에 대한 적대감을 지니도록 교육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런 중학생 시절에 난 어떤 수필을 읽게 되었다. 아주 감동적인 한 편의 수필이었는데 그 수필이 나에게 문인에 대한 사랑을 일깨웠으며, 두 개의 만년필에 대한 어떤 동경을 가지도록 만들었다.(나는 아쉽게도 그 문인의 이름과 그 작품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사람은 원고료만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진짜 문인이었던 것 같다. 항상 원고료를 가불하여 살아야 할 정도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는 말하자면 이런 요지의 글을 썼던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만약 내게 충분한 돈이 주어진다면, 최소한 미리 가불을 안 하고도 한 달을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만 있다면, 난 만년필을 하나 사겠다. 그렇게나 가지고 싶은 비싼 만년필, 촉이 굵은 그 [몽블랑]으로 글을 쓰고 싶다. 그게 아니면 [펠리컨]이라도 좋다. 그런 고급 만년필로 한 번 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만년필이기에?' 파커 만년필이 제일이라고 들은 내게는 좀 의외의 글이었다. 몽블랑의 촉이 굵다는 걸 알게 되니 뭔가 매력이 있어 보였다. 난 <안네의 일기>를 국민학교 시절에 읽었는데, 안네가 자신의 촉이 굵은 만년필에 대해 섬세히 묘사한 것을 보고서 내 것도 촉이 굵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형이 남기고 간 만년필을 시멘트 바닥에 갈아서 써보다 써보다.(intentionally repeated - Spark) 못해 아주 망쳐버린 일까지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 두 가지의 만년필에 대해서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그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내 주위에는 모두 무식쟁이들만 모여 있어서 "그런 건 들어본 일도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살아온 것을 한탄하면서 대학에 갈 때 까지는 그 만년필에 대해서 잊고 지냈다.
대학에 들어가니 부모님께 사기쳐서 얻어낼 수 있는 용돈, 즉 삥땅(?)의 양이 충분해서 비로소 파커 만년필도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서너 개의 파커를 써보았다. 그러다 군에 갔고, 거기서는 파커로 많은 글을 썼다. 제대하니 글쓰기 좋아하는 날 사랑하는 어떤 여자가 은장(sterling silver) 파커를 선물해 주기에 그 걸 무척이나 즐겨 썼다. 당시에는 값도 꽤나 비싼 것이고 워낙 필기감도 좋아서 정말 그 걸 사랑했다. 항상 몸에 지니거나 가방에 그 케이스와 함께 넣고 다녔는데 어느 날 테니스를 치러 가서 그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케이스가 멋지니 누가('아무래도 나보다 훨씬 더 그 만년필을 좋아한 사람이겠지!') 말없이 빌러 가 버린 것이다.(그 친구는 아직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내가 어찌나 애석해 했는지 그 여자는 또 하나의 은장 파커를 사주었다. 난 아직도 그 만년필을 가지고 있고, 잘 쓰고 있다. 그 후 몇 개의 은장 파커를 선물 받게 되어 난 언제나 은장 파커만을 쓰게 되었다.(볼펜도 그 만년필과 동일한 모양에다 볼펜심을 끼우도록 만들어진 것을 즐겨 썼다.) 그러다 보니 그 중 몇 개는 자주 쓰게 되지 않아서 은이 녹슬면 나타나는 약한 검정색으로 퇴색되곤 했다. 물론 이 때에는 몽블랑 만년필에 대해서 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몽블랑은 여전히 옛날의 명성을 견지하고 있지만 펠리컨이란 만년필은 예의 그 명성을 잃어버렸다는 슬픈(?) 소식도 듣게 되었다. 하지만 몽블랑이고, 펠리컨이고 주위에서는 그 걸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아쉬웠다.
요즘 나는 금장의 파커 만년필을 쓰고 있다. 이것은 좋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화려하고, 값도 비싸서 내가 좋아하던 모델이 아니었다. 이것은 경희대학교를 설립한 조영식 총장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분이 중요한 편지를 쓰실 일이 있으셨는데 그 걸 좀 더 잘 써보시려고 어떤 분에게 맡기셨으나 결과가 생각만큼 좋지 않으셨다. 결국 그 일이 내게로 떨어져서 내가 그 편지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쓴 서신이 훨씬 더 총장님의 마음에 드셨던 것이다.(그건 영문편지였는데 이 걸 당시 켄터키대학에서 20년이나 교편을 잡으시다가 귀국한 북한문제 전문가인 어떤 분에게 부탁하였었던 것이다.) 그 바람에 내가 횡재를 하게 된 것이다. 그 서신을 드리고 나서 다른 것을 메모하느라 항상 쓰던 만년필을 꺼내들었는데, 이 게 이상하게도 안하던 짓을 했다. 잉크가 새어 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내 손가락에 잉크가 묻은 것을 그분이 보시고는 "거 만년필이 낡았나보구나. 수고했는데 내가 만년필이나 하나 선물하지"하시고는 그 다음날 가져다주신 것이 바로 그 번쩍대는 금장 파커였다. 그 후로는 선물을 주신 분을 생각해서라도 항상 그 만년필만을 쓰게 되었다.
인연이 없어서 인지 작년까지는 몽블랑과 대면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조영식 총장님께서 몽블랑 잉크를 한 병 가져다 주셨다.(만년필을 주셨는데 잉크는 안 주셨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 걸 가지고 오셨다는 것이다.) 잉크병이 무척이나 고전적으로 생긴 것이었다. 꼭 생긴 것이 오리(duck) 모양인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국민학교에 다니던 무렵에는 잉크병이 모두 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여간 그 뚜껑에 있는 몽블랑의 마크가 멋져 보였다.
- 몽블랑 만년필용 잉크(병)
어느 날 날 찾아온 신문기자 한 명이 책상 위에 놓인 잉크병을 보더니 반색을 하며 잉크 좀 넣자고 부탁을 했다. 그 친구가 안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는데 그 게 바로 몽블랑이었다. 그런데 이건 좀 무식스럽게 생긴 만년필이었다. 어쩌면 그렇게나 굵은 만년필이 있을 수 있는지 희한스러웠다. 꼭 무식한 폭주족들이 피우는 시거만큼이나 굵었다. "아니 이 게 이렇게 굵은데 어떻게 글이 쓰이느냐?"고 물으니 한 번 써보란다. 써보면 전혀 안 그렇다는 것이다. 써보았다. '안 그렇긴 뭐가 안 그래?'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 사회적으로 길들여진 난 - "정말 그런데? 잘 써지는 걸......"하고 말했다.(그 친군 그 소릴 듣고 좋아했고......) 하지만 만년필이 좋긴 했다. 까만 바탕에 펜촉의 고전적인 모양이 정말 사람을 반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친구는 원래 국문과를 나와서 문인이 되려다가 기자가 되었는데 대학에 다니던 시절부터 소설가 이병주 선생이 쓰는 몽블랑 만년필을 보면서 그 걸 가지고 싶었다고 한다. 기자가 되고 나서 결국 그 만년필을 구하게 되었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병주 선생이 등장하는 맥스웰 커피 광고에 나오는 만년필이 "바로 이거!"라고 했다. 난 그 후에야 그 커피 광고에 나오는 만년필이 몽블랑임을 알았다. 그리고 TV에 무슨 정상회담이랍시고 하는 것이 끝나고 서명을 하는데 쓰는 물건이 거의 모두 몽블랑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사실 이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아주 "헌" 사실이라는 것이다.) 근년에 몽블랑의 제품이 1년간 팔리는 양이 무려 250만개라고 하니 그걸 안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가 아닌가? (이 숫자는 몽블랑사가 세금을 때려 맞을 각오를 하고서 공식으로 밝힌 숫자이니 틀릴 리도 없다.)
잉크병을 받은 지 며칠 후에 이시우란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PC의 귀재이다. 그는 10여년전 삼보의 전신 엘렉스가 일제 샤프사의 PC를 조립해서 200만원이나 받고 팔던 시절에 그 걸 장난감 삼아 사가지고 놀았던 친구이다. 3대째 평화당이란 인쇄소를 경영하는 부잣집의 큰 아들이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미국에 가서 역시 컴퓨터로 전산학 석사를 따고 귀국했다. 귀국하면서 내게 줄 선물로 몽블랑 볼펜을 하나 사들고 왔다. 면세점에서 99불이나 하는 것이니 꽤나 비싼 것이었다.('무슨 놈의 볼펜이 면세점에서도 물경 7-8만원을 하누?') 참으로 고마웠고, 그 게 몽블랑의 제품이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 후 난 몽블랑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회사가 대단히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회사임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 만년필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은 국제선을 탈 때 독일 비행기인 루프트한자를 타면 된다는 것이다. 이 비행기에서 면세로 판매하는 제품들은 자국의 것이 대부분이어서 몽블랑이라든지 까레라(Carrera) 선글래스의 포르쉐(Porsche) 디자인 마크가 붙은 안경 등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여간 난 오래 전부터 가져온 조그만 꿈을 이룬다는 기분으로 이 만년필을 사기로 결정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서 루프트한자만을 타기로 마음먹었다. 아쉽게도 올해 두 번 외국에 - 그것도 지구를 한 바퀴 이상 돌아다니는 장거리 여행으로 -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코스가 맞지 않아서 한 번도 루프트한자를 탈 수 없었다. 하지만 뉴욕의 JFK 공항에 있는 면세점에서 몽블랑이 스무 개 정도 놓여있는 것이 눈에 띠는 바람에 그 걸 사기로 했다. 면세점이라서 일반 문방구점과는 달리 무척 값이 싼 곳인데도 내가 노리던 그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틱(Meisterstuck) 149번 제품은 무려 300불이나 했다. 좋은 만년필을 여러 개나 두고, 어떤 것은 쓰질 않아서 녹이 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 시쳇말로 돈지랄(?)을 하기로 했다. 그 걸 산 것이다.
드디어 나의 몽블랑, 하지만.....
써보니 좋긴 했다. 펜이 매끄럽게 나가고, 굵직한 그 만년필은 잡고 있으면 이상스레 안정감이 느껴졌으며, 촉이 굵어서 그 걸로 사인을 할 때는 훨씬 더 멋져 보였다. 주머니에 이 걸 꽂고 다니기는 했지만 - 위와 같은 구구한 변명과 정당화에도 불구하고 - 그 걸 쓸 일이 별로 없었다. 내가 하는 일 자체가 뭔가를 쓰는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만년필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고, 마이스터스틱은 실상 너무나 굵어서 가지고 다니는 데나 쓰는 데나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귀한 물건을 쓴다는 기분 하나로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어찌 보면 매우 많은 숫자가 팔리는 물건이고, 면세점마다 있는 것이니 귀한 것은 아니고, 단지 비싼 것일 뿐이었다.) 그래도 일단 사놓은 것이니 쓰기로 했다. 전에는 만년필을 안 쓸 일에도 괜히 만년필을 꺼내드는 버릇이 생겼다. 며칠간은 전 같으면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할 일에도 만년필을 사용하기도 했다.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편지에 오타가 있는 경우, 전 같으면 그 걸 완전히 수정해서 다시 프린트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틀린 부분을 만년필로 수정해서 보내게 되었고, 글을 다 쓰고 나서 추신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은 만년필로 써서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 만년필 하나로 몇 년간의 생활 습관이 완전히 거꾸로 되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이 건 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문제가 있기는 했다. 조 총장님과 둘이 있을 때 그분의 말씀을 메모하려니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어느 날 그분 앞에서 무심코 꺼내들은 만년필이 그분이 선물하신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분께 좀 죄송스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이 내가 준 만년필이 있는데 다른 걸 쓰는구나!' 생각하실까봐 좀 꺼려졌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몽블랑은 집에다 모셔두고, 다시 금장 파커로 교체하여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워낙 볼펜은 쓰질 않는 습관이므로 몽블랑의 볼펜은 이미 집에 모셔두어 아이들이 심심하면 긁적이는 데만 쓰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이스터스틱의 경우는 펜촉이 상할까봐 아이들이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해두었다.)
하지만 그도 멍청한 짓인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난 며칠 전부터 두 개의 만년필을 함께 가지고 다닌다. 총장님 앞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상의 바깥 포켓에는 금장 파커를, 안쪽 포켓에는 마이스터스틱을 꽂고 다니는 것이다. 가끔 그것으로 뭔가를 기록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며, 모든 사인을 그것으로 하고 있다. 난 회의가 좀 긴 것이다 싶으면 회의석상에도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들어가는 성미여서 거의 만년필을 쓸 기회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상기한 워드프로세서로서의 만년필의 장점 중 몇 가지를 되살려 봄으로써 그것이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더 찾고자 했던 것이다.(사실 위의 만년필의 전자적 워드프로세서에 대한 상대적 장점에 대해서 정리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처럼 오랫동안 동경해온 만년필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런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리고 시답잖은 만년필만 가지고 있어서 꽤 괜찮은 걸 하나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또 자신이 사용하는 만년필이 자신의 인격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몽블랑은 거의 유일한 선택 품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몽블랑에 관한 다음의 내용을 보면 솔깃할 지도 모른다.
- 눈 덮인 몽블랑 산의 모습을 형상화한 마크
몽블랑, Not a Mountain, But a Fountain
난 가끔 자신을 시적(poetic)인 사람이라 생각하곤 한다. 위의 소제목을 읽으면서 이 글의 독자들도 그 같은 느낌(feeling)을 가지지 않을 수 사람이 없으리라(?) 위의 소제목을 조그만 소리로 되뇌어 본다.
"몽블랑, 나러 마운튼, 바러 화운튼."
"몽블랑, 산이 아니라, 만년필." 이 한 줄의 글마저도 시적이 아닌가 말이다. 몽블랑의 가장 큰 특징은 이것이 "고전미와 현대 감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두 가지의 상반된 아름다움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접근은 숱하게 많았지만 아무도 성공할 수 없었다. 사실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틱 시리즈와 같은 제품은 그들이 오래 전에 만들었던 클래식 계열의 제품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고전미와 현대 감각을 함께 느낀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몽블랑 사는 마이스터스틱을 "마이스터스틱, 더 클래식"이라고 부르고 있다. 짜디 짠 맛을 지닌 포테이토칩으로 성공한 한 미국 회사는 짠 게 고혈압에 좋지 않다는 설이 나온 후에 갖가지 맛을 지닌 포테이토칩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담배를 못 끊는 사람들처럼 이미 짠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많아서 죽기를 무릅쓰고 그 걸 먹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오리지널"이란 꼬리표를 달아서 기존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이라니 그런 촌스런 이름이 어디 있는가? 매킨토시 컴퓨터는 독특한 모양의 올인원(all in one) 디자인으로 성공한 회사이다. 이 마케팅의 천재들은 전과 같은 모양이나 내용은 극히 현대적인 컴퓨터를 "매킨토시 클래식"이라 작명했다.(코카 콜라 역시 비슷한 개념으로 다이어트 등이 나온 이후에는 예전의 것을 "클래식"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미 그 이전에 몽블랑은 "더 클래식"이란 설명을 실로 고전적인 마이스터스틱에 사용했다. 몽블랑의 한 개 제품이 고전미와 현대 감각이라는 두 가지의 요구를 다 만족시키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그 보다는 몽블랑 사의 제품 중에는 각기 고전미를 가진 것이 있고, 또 현대 감각에 충실한 것이 있어서, 어쨌든 몽블랑의 제품 전체는 이런 골치 아픈 요구를 만족시킨다고 해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제로 마이스터스틱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가 오래된 만년필이 어떤 형태였다는 것을 몰랐을 지라도 이것이 뭔지 오랜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왠지 모르게 그 만년필은 고전적이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것이 전혀 현대적인 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굵어서 얄상하거나 매끈하거나 스포티한 맛을 보일 때 부여하는 단어인 현대 감각이란 말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가운데는 두툼하고 상하단은 갑작스레 뾰족해지는 언밸런스가 느껴질 뿐이다. 특히 뚜껑을 돌려서 빼고 닫는 것은 매우 원시적인 방법이어서 고전적이라는 멋진 표현보다는 구닥다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파커 만년필의 펜이 현대적인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물건답게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각이 진 살벌함(?)을 통해서 대량생산된 물건의 모양을 나타내 보이는 데 비해서, 몽블랑의 펜촉은 장인이 전래의 모양대로 철판을 잘라서 구부리고, 여기에 글씨와 그림을 새겨놓은 듯한 정성이 돋보인다. 펜촉에 그려진 - 실제로는 정교하게 새겨진 - 인동초의 모양을 볼 때 비로소 고전미와 이를 만든 장인들의 정신이 엿보이는 것이다.
마이스터스틱(클래식) 계열의 제품은 몽블랑의 클래식 모델과 같은 것으로서 몽블랑의 명성을 확립시킨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이것은 검정과 금색 부속의 색깔을 조화시켜 단순미를 강조하였으며, 커다란 펜촉에 가해진 정성과 우아한 고전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그 뛰어난 기능으로 유명한 것이다. 450만원이란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1983년도에 가장 비싼 만년필로 기네스북에 오른 몽블랑의 제품이 바로 이 계열의 작품으로서 마이스터스틱 149였다. 이것은 실상은 14캐럿의 금과 백금을 다량 사용하여 몽블랑 사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시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이것은 영국제의 재규어 자동차, 일본제 소니 TV, 미국제 나이키 운동화가 그런 것처럼 독일을 대표하여 007 영화를 스폰서링 함으로써 명성을 얻으려는 몽블랑 사의 전략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몽블랑 사는 동그란 원 안에 StOD라는 글씨를 쓴 홀마크(hallmark)로 제품을 보증하는 표시를 하고 있다. 이 마크는 원래 보석류에 붙이던 것으로서 몽블랑의 오래된 제품에는 없으나, 최근에 발매되는 제품에는 이 마크가 찍혀있다. 이들이 만년필의 몸체(body: 배럴이라고도 불리나 잉크통의 이미지와 분리코자 이렇게 표기 - Sprk)를 만들기 위해서 쓰는 플라스틱(plastic resin)은 에폭시(epoxy) 수지류인데 이는 값도 비싼 만큼 화학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경도가 높으며, 화기에도 매우 강한 것이다. 여기에 검정의 윤기 있는 색채를 내기 위하여 역시 값비싼 도료인 소위 촤이니즈 래커(Chinese lacquer)가 도포되어 있는 것이다.
- 몽블랑, 내가 좋아하는 워드프로세서.
그 다음으로는 마이스터스틱/솔리테어(Solitaire) 계열의 제품을 들 수 있다. 솔리테어는 그 단어가 주는 인상처럼 "혼자" 혹은 "하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이것은 혼자서 하는 카드 게임이나, 보석이 하나만 박힌 반지 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007 "Live and Let Die"의 여주인공 제인 세이무어의 극 중 이름이 솔리테어인 것은 그녀가 이 같은 이미지를 모두 가진 여자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솔리테어는 카드점을 치는 신비로운 여자이면서, 보석 같은 아름다움으로 반짝대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 이 계열의 제품은 신형의 파커 만년필을 닮은 제품이어서 가끔 고전미와 현대 감각이 어우러져있다는 소리를 들음직하다.(몽블랑 사는 이를 스스로 "보석"(The Jewer)이라 부르고 있다. 이와 비슷한 구형 제품은 매스터피스/솔리테어로 불렸다.) 다이아몬드 조각기구로 정교하게 무늬를 파 넣은 이 은장의 만년필은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 보면 언뜻 귀부인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몽블랑하면 떠오르는 색깔인 윤기 있는 검정색과 금색 장식의 액센트에서 벗어나 있다.(물론 뚜껑의 머리 부분에 새겨진 눈 덮인 산을 뜻하는 별 모양의 새하얀 마크는 어느 제품에서도 동일하지만......) 이것은 다른 브랜드의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만년필들과 마찬 가지로 금속의 바디와 캡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매끄러운 금속이 주는 차가움과 세련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손잡이 부분(필기시에 손으로 잡는 부분)의 처리에 있어서도 마이스터스틱 등의 제품들처럼 지나치게 두텁고, 투박한 원형이 아니라 손에 잡기 편하게 처리되어 있다.(하지만 파커 제품처럼 손가락이 닿는 부분을 삼각을 토대로 한 부드러운 평면으로 처리할 만큼의 정성은 기울여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파커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나은 제품이다.) 18캐럿의 펜촉과 백금 상감 처리 등은 마이스터스틱과 같다.
노블리스(Nobless) 계열은 그 이름에서 풍겨지듯이 고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들이며, 매우 현대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몽블랑 사는 이를 "우아함" - The Elegance -으로 부르고 있다. 솔리테어 계열이 약간 살찐 - 중세의 - 고전적 미인을 보는 것과 같다면 이것은 슬림 라인(slim line)의 현대 미인을 보는 느낌이라고 하겠다.(가장 적절한 표현을 사용한다면 매우 "섹시"한 느낌이다. 영어로 표현해 보자면 "Black is beautiful. Black, glittering with golden color, is noble and beautiful and ... terribly sexy.") 이는 재료의 선택에 있어서 과거와 같이 검정색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지만 금속 부분을 적당히 배합하여 이 역시 (약간의) 고전미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키고 있다. 금도금, 혹은 니켈 도금의 금속이 주는 현대 감각이 무척이나 돋보이는 제품이다. 무광으로 처리된 이 계열의 검정색은 마치 흑단을 정교하게 조각한 것과 같은 아름다움으로 부딪혀 온다.
타이태노(Titano)는 이름에서 보여지듯 타이태늄이란 금속을 소재로 한 제품이다. 타이태늄은 스페이스 셔틀의 소재로 쓰이는 것으로서 화학적인 특성이 강하고, 강도가 텅스텐보다도 더 강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스크래치 없는 시계로 유명한 라도 시계의 뚜껑은 텅스텐 제품이다.) 이제는 상업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금속이지만 아직도 이의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다. 이 금속은 현재 카메라의 바디와 셔터막(니콘의 셔터막은 세코닉 사의 타이태늄 포일로 만들어져 있다.), 절삭공구, 일부 스포츠 용구의 부품, VTR 헤드 드럼의 도금제, 하키 스케이트 날의 도금제 등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서 만년필의 소재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타이태노 계열 만년필의 바디 자체가 타이태늄인 것은 아니다. VTR과 하키 스케이트 날에서 처럼, 타이태늄을 극히 얇게 도금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거의 변색이 없고(화학적인 특성), 전혀 생채기(scratch)가 나지 않으며(강도), 극히 얇은 금속 표면의 타이태늄 막이 만년필의 외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좋은 특성들과 비단결 같은 부드러운 감촉 등이 이 제품에서는 현대적인 미와 잘 조화되어 있다.
그 외에도 몽블랑은 기능이나 감각면에서 현대적인 제품이면서도 매우 다양한 색깔을 가진, 소위 S-라인의 제품을 가지고 있다. 이 계열의 제품은 몽블랑의 최대의 약점이자 판매전략상의 장점인 높은 가격과는 달리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다양한 계열의 제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것은 마이스터스틱의 클래식 계열이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몽블랑의 모든 제품이 만년필 수요자들의 어떠한 욕구라도 충족시킬 만큼 다양하고 좋은 것이라는 사실과는 동떨어진다. 말하자면 그 만년필에 대한 오랜 꿈(허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은 역시 마이스터스틱이라는 것이다. 그 심리적인 이유는 아마도 칼리스터 등의 팬더(Panther) 차가 잘 팔리는 이유가 고전미와 현대 감각을 함께 가지고 있는 스포츠카인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팬더사가 만드는 차들은 플라스틱 바디를 사용하고, 모양은 옛날 차의 모양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자신이 가지고 싶었으나 너무나도 높은 가격 때문에 젊은 시절엔 살 수 없었던 차, 그 차를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중년층에 이르러서 구입하는 것이다.(물론 그런 이율배반적 아름다움의 감각을 가지고, 이의 조화를 볼 줄 아는 부잣집 청년들이 부모를 졸라서 사는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서의 최종 선택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는데 있어서, 즉, 몽블랑을 사는 데 있어서, 기왕지사 몽블랑의 명성을 이룩하게 한 바로 그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했던 문이라고 하겠다.
햄버거(hamburger)란 이름이 비롯된 세계로 열린 항구. 그 함부르크(Hamburg)에서 마치 우리 컴퓨터 시대의 신화인 잡스(Steve)와 워즈니액(Woz)의 만남처럼, 한 문방구상, 은행가, 기술자가 만났다. 1908년의 어느 날이었다.(난 그들이 화창한 날 밝은 얼굴로 만났는지, 아니면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하려고 만났던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이들이 설립한 심플로(Simplo) 사. 이 회사는 처음부터 세계 제 1을 꿈꾼 점에서 남달랐다. 그래서 그들은 회사가 설립된지 2년 후에 최상의 제품이란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 유럽의 최고봉인 몽블랑으로 회사의 이름을 바꾼다.(우리는 여기서 유럽 제일이 세계 제일이란 이들의 - 우리에겐 더럽게 기분 나쁜 - 유럽 지상주의의 전형을 본다.) 이들은 최초의 로고(logo)로 만년필의 캡(상단 끝) 부분을 흰색으로 처리하여 몽블랑의 눈 덮인 산을 상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로부터 3년 후에 보다 현대적인 별 모양으로 바뀌었다.(물론 눈 덮인 산을 의미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의 펜촉에는 1924년부터 아주 몽블랑 산의 높이(4810)가 새겨지게 되었다.(이로써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매우 촌스런 짓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로부터 10년 후에 이 회사는 비로소 법인화된다.
사실 만년필만이 몽블랑의 제품은 아니다. 볼펜과 수성 잉크를 사용하는 롤러볼, 메카니칼 펜슬, 그리고 사인펜(quick pen) 등도 이들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들은 그들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에 근거하여 만들어지며 확실히 이들의 제품은 현대적인 생산설비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고가 정책은 확실히 몽블랑의 사용자 층을 국한시킴으로써 그들 제품이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뵌다. 실제 사용면에 있어서 이들의 저가 제품인 S-Line 계열 제품도 고가의 제품이 가진 기능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값 비싼 것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이런 일관적인 제품의 기능은 저가의 제품을 써본 사용자들이 보다 고가의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전이하도록 만들며, 결국 이들을 몽블랑의 평생 고객으로 삼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나 혼자서만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는 ...... 몽블랑 만년필의 장점
대부분의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혹은 그리스 펜슬과 연필을 제외한 어떠한 종류의 필기구를 사용하든 간에 겪는 어려움이 있다. 이것은 자신이 쓰고 있는 필기구의 잉크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서 중요한 시점에서 잉크가 떨어져 낭패를 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몽블랑 만년필의 경우는 대체로 잉크가 담긴 통(배럴: barrel)이 투명의 플라스틱 창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이런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몽블랑이 잉크를 넣기 위해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독일의 몇 만년필 회사들이 그러했듯이 피스톤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쓰기에 편하다. 이것은 잉크를 넣을 때 만년필의 밑 부분을 왼편으로 돌려서 남은 잉크나 공기를 빼어낸 후에 거꾸로 돌리면 내부의 피스톤이 펜촉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서 잉크를 빨아올리는 방식이다. 이것은 파커 등이 사용하는 고무 배럴보다 훨씬 나은 방식이며, 고무가 찢어지거나 삭아버리는 일이 없어서 좋다. 모든 고급 만년필들이 펜촉을 금으로 만들거나 금도금을 하는 이유는 금의 특성 상 화학제품인 잉크에 의해 변색이 되지 않고, 부식이 되지 않는 때문이다. 몽블랑의 제품들은 펜촉을 이리듐이란 희귀금속으로 만든다. 이 금속을 금 도금으로 처리함으로써 두 금속 각각의 특징, 즉 놀라운 신축성과 매끄러운 터치를 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몽블랑은 부드럽고 유연한 필기를 가능케 하고 있다. 실제로 몽블랑의 제품들은 어떤 종이에서나 매우 매끄럽게 쓰여지는 특성을 가진다.
몽블랑은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도 글이 쓰여지는 흔치 않은 만년필이다. 누운 상태에서는 볼펜조차도 잉크가 올라가지 않아서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몽블랑은 모세관 현상을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된다. 난 어느 한 때도 누운 상태에서 펜을 들어 글을 쓰면서 실패한 일이 없다. 몽블랑을 쓰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장점일 것이라 생각된다.
몽블랑의 장점이자 단점은 이들이 펜촉을 왼쪽으로 비스듬히 깎는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이 고객을 오른손잡이로 상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이걸 아는 왼손잡이들은 몽블랑 제품을 피할 것이다.) 대부분의 만년필 회사들은 펜촉을 양쪽이 균일하도록 깎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절대 다수의 사용자를 위한 이들의 배려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오른손잡이인 나로서는 감격할 지경이었다.) 몽블랑은 정상의 필기구를 지향하는 제품이니 만치 글씨의 모양을 결정하는 펜촉이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펜촉을 만들고 난 후에 이의 품질을 체크함에 있어서 특히 그 감촉 테스트에 신경을 쓰며, 직접 글씨를 써보고 출고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들은 둥근, 넓은, 그리고 곧은 세 가지 형태의 펜촉을 가지고 있으며, 글씨의 모양을 결정하는 굵기가 아주 가는 것인 EF(Extra Fine)로부터 시작하여, F(Fine), M(Medium), B(Broad), BB(Double Broad) 등으로 구별되며, 중간 정도 굵기의 글씨에서 이를 OM, OB, OBB, O3B로 다시 구분하여 - 그 굵기에 따른 - 9가지의 글씨체를 가지도록 하고 있다. 동양 3국과 같이 -- 컴퓨터 식으로 표현하면 -- 2bytes의 모아 쓰기식 한자 문화권에서는 글씨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가는 펜촉을 좋아하며, 글씨가 비교적 단순하고, 모아쓰기를 안해도 좋은 미국이나 유럽 등 1byte 문화권에서는 굵은 펜촉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배려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사실 마이스터스틱의 캡 부분(정확히는 클립 링)에 새겨진 - 눈에 보이기도 힘들 정도로 작은 글씨의 - 일련번호를 보는 순간 사용자는 자신에 대한 몽블랑-심플로 사의 배려에 대한 감사함 - 심한 경우에는 존경심 -을 느끼게 된다.(이는 마이스터스틱/클래식, 마이스터스틱/솔리테어 등에서 동일하다.) 그 시리얼 넘버의 반대편에 새겨진 W-GERMANY란 글씨의 정교함은 - 물론 레이저 빔을 이용해서 새긴 것이겠지만 - 달리 이를 데 없을 정도라 하겠다. 비교적 싼(?) 몽블랑 볼펜의 같은 부위에는 프레스(press)를 이용해서 적당히 찍어놓은 글씨가 보인다. 그 글씨가 어설프기에, 비싼 마이스터스틱/클래식에는 몽블랑 사의 손길이 뭔가 다르게 주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만년필에서는 특히 그들의 정성이 느껴지는 것이다.
몽블랑 사는 잉크 등의 소모품을 쓰는 데 있어서도 자기 회사의 제품을 사도록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들의 소모품은 대체로 비싸다.(볼펜의 리필 한 개 값이 시중에서 4,000원 정도이니, 이 가격은 미국제 BIC처럼 보기엔 시원치 않으나 기막힌 감촉으로 잘 쓰여지는 볼펜을 스무 개도 더 살 수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볼펜의 경우는 다른 리필제품이 몽블랑의 규격과 달라서 어쩔 수 없이 사게 된다. 잉크의 경우는 워낙 다양한 다른 회사의 제품이 있으니 그렇지 않다. 하지만 사실은 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바로는 잉크가 안 좋은 것일 경우 파커 등 일반적인 고무질로 된 배럴을 쓰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몽블랑처럼 피스톤 메커니즘의 휘이딩(feeding) 시스템을 가진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잉크가 이런 휘이딩 메커니즘 속으로 스며들어 굳어버린 상태에서 계속 사용하게 되면 그것이 연마제처럼 작용하여 결국 이 메커니즘을 망쳐버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좋은 걸 쓰는 기쁨을 가지려면 이런 면에서의 "울며 겨자 먹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은 단점이라면 단점이랄 수 있지만 그래도 몽블랑을 쓰는 사람으로서 - 같잖게도 -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고 싶어 하는 경우에 매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또 몽블랑 잉크를 보자 기뻐하며 잉크 좀 보충하자고 한 어느 기자처럼 몽블랑에 대한 사용자의 충성심(loyalty)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나아가 이 제품을 쓰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까지 조장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위협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이는 생각하기 나름이며, 장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좀 멍청한 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아끼는 어떤 물건에 대한 충성심을 가진다는 것은 이 일회용 문화가 편만한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몽블랑 사는 심지어는 만년필의 각 부품의 재료 별로 이를 어찌 다루어야 하는 지에 관해서 까지 그들의 사용설명서에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고단수의 방법이다. 이들은 플라스틱과 촤이니즈 래커 부분을 닦을 때는 안경의 렌즈를 닦듯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은장 만년필의 경우는 은 제품 전용의 클리닝 천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금으로 된 부분은 위의 플라스틱과 촤이니즈 래커를 다루는 것과 같이 하면 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 별볼 일도 없는 플라스틱과 도료를 마치 금처럼 다뤄야한다는 논리에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누가 펜 잡는 법을 모를까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만년필을 잡고 좌우로 돌려가면서 가장 적당한 필기 위치로 펜촉을 조절하고, 지나치게 세게 누르면 펜촉이 상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하라는 충고를 사용설명서에서 하는 것인가? 이렇게나 자신의 물건에 대한 고객의 배려를 요청하는 만년필 회사가 있겠는가?(대부분의 회사들은 고객의 만년필이 빨리 망가져서 또 하나를 더 사주기만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의 세심한 배려는 그렇게나 끝이 없다. 이런 정성으로 세뇌된 충성스러운 사용자들은 정말 안경의 렌즈를 닦는 정성으로 이 만년필을 갈고(?) 닦아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번쩍이는 모양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하여 오래 써도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몽블랑의 몸체와 펜촉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도구는 그것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아껴주는가에 따라 빛이 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쓴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산 것처럼 번쩍이는 몽블랑 제품들이 흔하다.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들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함으로써 몽블랑 사는 또 하나의 충성스런 고객이자 그들 제품의 광고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그 꼴이 아닌가?(난 몽블랑 본사와도 그리고 그의 한국측 딜러인 유로패션 사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특히 유로패션의 오미연 씨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난 내 식으로 산다. 공병우 박사처럼......
하여간 내가 23.5캐럿의 금으로 도금되고, 18캐럿의 금으로 만들어진 펜촉이 달린, 그리고 백금으로 도금된 부분에 극히 정교한 인동문과 몇 자의 글씨가 정교하게 새겨진, 그 아름다움과 기능성으로 인하여 뉴욕의 현대예술 박물관의 전시품이 되기도 한,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틱 149 제품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누가 뭐래든 그 걸 가지는 것은 내겐 중학교 시절 이래의 작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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