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경쟁 중단 후 실적 악화, 삼성증권 일보 후퇴?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작년 12월 ‘약정(約定·주식매매대금) 경쟁 중단’ 선언 이후 삼성증권의 단기 실적이 악화된 것과 관련, “그래도 후퇴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매매 수수료 수입이 최악의 경우 연간 200억원까지는 줄어들 각오를 하고 시작한 일”이라며 “단기 수치보다는 1년 정도 뒤부터 나타날 큰 변화를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약정 경쟁’이란 증권사가 고객들로 하여금 주식을 가능한 한 자주 사고팔도록 권유해 매매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영업행태를 말한다.
삼성증권은 작년 12월 약정 경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 고객의 이익에 반하는 투자 권유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증권은 이를 위해 영업직원 인사 고과를 할 때도 주식매매 수수료 실적은 반영하지 않고, 고객 자산을 얼마나 많이 유치해 얼마나 높은 운용 수익률을 냈는지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단기 실적 악화 = 이 같은 ‘경영 실험’의 결과, 삼성증권은 12월과 1월의 주식매매대금 선두자리를 LG투자증권에 뺏기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주식매매수수료 수입도 작년 11월의 293억원에서 올 1월 213억원으로 80억원 급감했다. 증시 침체 여파로 다른 증권사도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삼성은 같은 기간 LG가 59억원 감소한 데 비해 감소폭이 컸다.
실적이 악화된 것은 삼성증권이 약정을 독려하지 않자 영업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주식매매 권유를 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산 모으기 전쟁으로 승부” = 그렇다면 단기실적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증권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황영기 사장의 대답은 이른바 ‘자산 모으기 전쟁(asset gathering war)’이다.
“증권사 직원이 예전처럼 주식 갖고 ‘사기쳐서’ 약정 올리지 않고, 그 시간에 열심히 고객을 만나 금융상품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새로운 투자자와 투자 자금을 유치하라는 겁니다. 그러면 주식매매 수수료는 줄어도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올해 주식매매 수수료 수입 감소분의 최대 추정치인 200억원을 벌충하기 위해서는 수익증권(펀드)을 4조 정도 더 팔면 된다는 계산을 하면서 금융상품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올 들어 두 달 동안 신규고객이 1만2000명 늘고, 고객자산은 1조7000억원이 늘었다(주가 변동분 제외)는 설명이다.
황사장은 자산 모으기 영업을 농사에 비교했다. “약정 위주 영업이란 사냥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겨울 눈비 내리면 여우다 노루다 다 자취를 감추고 사냥만 하던 사람은 굶어죽고 맙니다. 하지만 논밭(금융자산)이 있으면 걱정이 없지요.”
(李志勳기자 jh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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