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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장외(OTC)파생상품 시대 개막

2003/03/03 23:24
지난 2003년 2월14일 굿모닝신한, 하나, 동원증권이 삼성, LG투자, 대우증권에 이어 장외파생금융상품 거래업무의 겸영을 인가받음에 따라 여의도 증권가에도 장외파생상품 시대가 열렸습니다.

더욱이 이달말부터 개정된 증권거래법 시행령이 시행되면 일부 장외파생상품도 "유가증권"으로 분류돼 개인들도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은행권의 주가지수 연동 예금상품이 히트상품 대열에 등극하는 상황에서 증권사 장외파생상품 담당자들의 고민을 이데일리 김현동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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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 증권사에게 장외(Over-The-Counter) 파생상품은 좋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97년 2월 체결됐던 SK증권과 미국의 JP모건과의 장외파생상품 계약 때문이지요. 당시 모건개런티(JP모건 개런티 트러스트 오브 뉴욕)은 SK증권 등 국내 3사와 8650만달러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표시 연계채권(만기 1년: 98년 2월12일)에 투자하면서 투자원리금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해 선물옵션스왑 등 첨단 금융기법을 이용한 TRS(Total Return Swap)상품을 만들었습니다.

TRS상품은 상품계약을 맺은 상대방의 신용위험은 물론이고 투자자산의 시장위험을 투자자에게 전가시키는 상품이었습니다. 물론 만기 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모건개런티는 투자금액과 보장수익금을 합한 금액을 회수해 투자자자에게 지불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렇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루피아화 가치의 폭락으로 인도네시아 채권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했고 결국 SK증권 등은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지요.

새삼스럽게 SK증권과 JP모건과의 사건을 끄집어낸 것은 장외파생상품의 위험성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내 증권사가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신청한 지가 8년째가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어서입니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국내 KOSPI200 선물시장이 개설된 이후인 97년 장외파생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재정경제부 등에 신청했다고 합니다. 물론 SK증권-JP모건 사건으로 없었던 일이 돼 버렸지만요.

이제 IMF사태의 충격이 진정되고 국내 증권사들의 선물옵션시장에 대한 노하우도 어느 정도 쌓였습니다. 더구나 KOSPI200 선물옵션시장의 거래량은 세계 1위 수준에 달하고 있어 KOSPI200지수를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 설계에 있어서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주가지수를 이용한 장외파생상품이 유가증권으로 지정됐습니다. 물론 증권회사의 업무범위도 "통화, 유가증권, 통화·유가증권의 가격 또는 이자율"로 넓어졌습니다.

사실 국내 증권회사는 지난해 장외파생상품 겸영인가를 받은 이후 보험사, 은행, 상장·등록법인 등을 대상으로 계약 형태로 장외파생상품을 판매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해말 이후부터 올해초까지 최대 히트상품은 은행권의 주가지수 연동형 예금상품이었습니다.

KOSPI200지수와 연동된 예금상품은 초저금리와 낮은 주가 수준이라는 환경이 맞물리면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던 기관 및 고액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비춰졌고 날개 돋힌듯이 팔려나갔습니다. 한 외국계 은행은 이 상품만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1조원 이상을 팔았다고 합니다.

은행의 주가지수 연동형 예금상품은 실적배당 상품이 아닌 예금상품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없이 지난해 말부터 판매가 시작된 반면 증권사는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을 판매하려면 이 상품이 유가증권으로 인정돼야만 했지요.

물론 은행권 주가지수 연동형 예금상품의 참여율(주가지수가 일정비율 만큼 오를 경우 그에 따른 이자율 지급수준)이 50% 수준―참여율을 정확히 알리지 않는 곳도 있더군요―인데 비해 증권사는 상품을 자체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참여율이 100%에 달하는 상품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증권사 OTC파생상품 담당자들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은행권이 주가지수 연동형 예금상품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해야할 지 답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 시장에 이미 진출한 뒤에서야 증권거래법령이 개정돼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하더군요. 약간은 부러운 시선이지요.

분명 증권사 입장에서 고객에게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기도 합니다. 즉, 증권사가 상품을 자체 운용해 높은 마진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KOSPI200지수를 대상으로 한 어느 상품의 경우 인기가 높아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불법적인 영업행태를 꼬집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장외파생상품 거래 인가를 받은 외국계 증권사가 없는 데도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에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버젓이 장외파생상품 영업을 하고 있다는 거지요.

이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 지점에서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계약을 맺고 실제 운영은 홍콩에서 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외국계 증권사에 옵션헤지를 맡기는데 이는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이 라이선스도 없이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또 "장외파생상품 영업을 하려면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고 그에 맞게 국내에 법인세도 내고 전문인력도 충원해야 하는데 이렇게 편법적으로 영업하는 걸 보면 국내 증권사만 억울하다"고 항변했습니다.

금감위 규정에 따르면 장외파생상품을 취급하려는 증권사는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300%이상, 자기자본 3000억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파생금융상품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에 관해 금감위가 정하는 기준도 충족해야 합니다.

게다가 유가증권 지정상 신용(Credit)에 관한 부분이 없어 향후 증권사의 신용연계채권(CLN) 진출이 제약된다
고도 하더군요.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관련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55건에 달했고 이중 CLN이 50건에 달하더군요. 투자자별로도 보험사가 대부분이던 상황에서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등으로 확대됐고 단순(plain) CLN에서 다양한 옵션이 부가된 CLN이 등장했습니다.

따라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주식관련 파생금융상품 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거지요.

증권사 장외파생상품 담당자는 "대부분의 구조설계채권은 신용을 기반으로 설계되는데 신용연계 상품이 유가증권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증권사는 지수연동형 상품(Equity Linked Note)밖에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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