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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경제 10대 아젠다

2004/12/31 21:02
각계 전문가 50人 10개 과제씩 선정

윤영신기자 ysyoon@chosun.com
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
입력 : 2004.12.31 17:50 33' / 수정 : 2004.12.31 18:11 20'

■어떻게 조사했나

한국 경제가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 힘차게 도약하려면 현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조선일보는 그 해법과 대안을 찾고자 경제단체장과 주요 대기업 및 금융 CEO, 민간·국책 연구기관장, 교수, 정부관료 등 각 분야 전문가 50명에게 ‘한국경제 살리기 10대 과제’를 물었다. 설문조사 방식은 본지가 민간경제연구소 등의 조언을 토대로 작성한 30개 경제과제를 예시한 뒤, 응답자들에게 이 중 10개씩을 고르도록 했으며 응답 횟수를 기준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과제를 선정했다. 그 결과 압도적 다수인 40명(80%)이 ‘기업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가장 먼저 규제를 풀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1.규제 완화로 기업투자 끌어내라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 여파로 고용이 줄고,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소비가 얼어붙어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졌다. 이런 식으로 투자 부진 상태가 몇 년간 계속되면 한국 경제는 회생의 기력조차 잃는 끔찍한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유형자산 증가율이 작년 2분기 1.1%에서 3분기 0.5%로 뚝 떨어졌다. 공장·기계설비 등 투자를 대폭 줄였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의 현금자산이 무려 44조원이나 쌓였지만 은행 이자를 챙기는 것 외에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투자를 살리는 첫 번째 조치로 정부의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문화, 교육, 의료, 법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 규제 를 획기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규제 완화 노력을 해왔지만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뽑는 식이었다”면서 “실제로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내실 있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노사관계 안정 새로운 전환점으로

지난해 우리 사회는 LG정유, 지하철공사, 전국공무원 노조, 금융권 등에서 극심한 노사 분규를 겪었다. 노사 분규 발생건수나 분규 참가자 수는 최악의 노동분쟁을 겪었던 2003년에 비해서도 40% 이상 늘어났다. 지난 80년대와는 달리 노동계의 정치성 파업이 위축되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친(親)노조 성향에 대한 사측의 불신감이 여전해 고용이 수반되는 설비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새해 노사관계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계는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대신 정규직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해고를 좀더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노동계가 수용할지 미지수다. 결국 내년에도 노사문제가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3.시장경제 위협요소부터 없애라

한국 경제를 뒤흔든 화두(話頭) 중 하나가 ‘반(反)시장경제 논란’이었다. 아파트분양원가 공개, 고위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정부와 여당의 주요 정책들이 반시장 경제 논란에 부딪혔고,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기존 주류학자들의 격렬한 문제 제기와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 과정에서 기업·개인 등 경제 주체들에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느냐’는 의문이 커졌고, 이런 불신이 국내 기업의 탈(脫)한국 및 개인 자금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시켰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건수가 3000건을 육박,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금액도 44억38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6% 늘었다. 환(換)치기 등 불법 자금 유출도 급증했다.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선 지금 우리의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요소인 정치권의 포퓰리즘, 세계화를 거부하는 민족주의, 부활하는 관치(官治), 정경유착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4.‘경제 살리기’ 國政 최우선 순위로

지난해 한국 경제는 탄핵 정국, 행정수도 이전 논란,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과거사(過去史) 문제 등 정치·이념 논쟁에 가려 늘상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경제 주체들의 불신과 절망감이 짙어졌고 경기 침체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 현 정부가 경제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챙기고 있는지, 과연 경제위기 극복의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확신이 불분명했다.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는 “작년 8월 콜금리 인하시 주가가 상승한 것은 정부가 경제를 챙기겠다는 시그널에 대해 시장이 환영의 뜻을 표시한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민생경제의 붕괴 양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정치권에서도 내년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 회생’에 두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액션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공언이 ‘말’로만 그치고 또다시 경제가 이념 대립과 정쟁(政爭)에 밀릴 경우 우리 경제가 영영 도약의 기회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경기 하강의 고통 속에서 대립과 갈등, 반목, 소모적 논쟁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속에서 당위론적인 논쟁과 총론적 비판은 많았지만, 난마처럼 얽혀 있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생산적 토론은 아주 미흡했다. 조선일보는 신년 첫날 기획으로 ‘한국경제 살리기 10대 아젠다’를 선정한 데 이어, 개별 아젠다별로 구체적인 해법과 실행계획(액션플랜)을 모색하는 특집 시리즈를 10회에 나눠 연재한다.

■5.‘불안심리의 주술’에서 깨어나야

작년 한 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최악이었다. 기업과 소비자들은 IMF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불안감에 휩싸인 채 한 해를 보냈다. 그 결과 설비투자와 소비가 꽁꽁 얼어붙어 내수 불황이 심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작년 11월에 86.6을 기록,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의 86.7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새해 전망 역시 세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각종 조사결과 나타나고 있다. 경제 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고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할 경우 ‘저성장의 함정’에 빠졌던 일본형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새해 우리 경제가 활기를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불안 심리의 주술’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는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정권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 오락가락 정부정책 중심잡아라

지난해 정부의 경제정책은 과거 어느때보다 많이 흔들렸다. 특히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시점에서 정책 방향을 놓고 정부 내 충돌이 빚어지면서 정책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잦았다. 부동산 대책은 정부 내 노선 차이로 엇박자를 빚었던 대표적 사례로 과도한 건설경기 침체를 불러왔다. 이로 인해 주택대출 등으로 국내 개인 자산의 80%가 묶여 있는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流動性)이 얼어붙어 전체 경기를 더욱 가라앉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부동산 정책의 혼선을 없애고 부동산에 잠긴 돈의 흐름을 풀어주지 못하면 다른 어떠한 정책을 써도 경기를 살리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형 뉴딜,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 감세, 환율, 기업정책 등도 정부 내 또는 당·정·청(靑) 간 호흡이 맞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인해 기업·가계·외국인 투자자 등 경제 주체들도 덩달아 갈팡질팡했다.

■7. 첨단 과학기술투자 내일은 늦다

미래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첨단 과학기술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R&D(연구개발) 예산은 IMF외환위기 이후 증가 추세에 있지만 이를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흡한 실정이다.

그동안 연구·기술 분야에 엄청난 재정을 퍼부었지만 손에 들어온 소득은 크게 부족했다는 얘기다. 첨단 분야의 창업 열기도 식었다. 특히 국가 간 경쟁이 가장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는 생명공학의 경우 2002년 600여개에 달하던 벤처기업이 지난해 450여개로 감소했다. 그나마 외형상 성장 중인 기업은 10여개에 불과하다. 바이오벤처캐피털도 2002년 30여곳에서 지난해 4곳으로 급감, 시장 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작년 말 벤처기업 육성책을 발표했지만 지난 2000년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줬던 ‘벤처 버블(거품)’이 재연될까봐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순봉 부사장은 “옥석 구분 않는 지원보다는 벤처기업들이 스스로 일어서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 10년뒤 먹고 살 成長엔진을 키워라

민간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4%대로 떨어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수년간 키가 쑥쑥 클 수 있는 연령인데도 채 성장하기 전에 뼈가 굳어버리는 조로증(早老症)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저하될 경우 낮은 소득수준에서 저성장 궤도에 빠져 국민들은 실업과 빈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잠재력 약화의 최대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구고령화, 저출산, 제조업 공동화, 성장 동력산업 부재 등도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잠재력 저하를 막으려면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연구조정실장은 “당장 내년을 대비하는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근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재정 운용도 당장의 경제 성적표를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9. 反기업·反부자 정서 이대론 안돼

지난해 한국 사회에 반(反)기업·반(反)부자 정서가 확산돼 각종 국민 여론조사에서 대기업과 기업 오너에 대한 반감이 50%를 넘어섰다.

서울 강남 등 부촌(富村)을 직접 공격하는 일부 지도자들의 발언이 계층 간 위화감을 부채질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창업이나 신규 사업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의 위축이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국내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떠났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금액은 총 16억8895만달러로 전년 한 해의 13억9706만달러를 크게 초과했다.

또 소비 회복을 주도해야 할 고소득층이 지갑을 닫거나 해외에서 돈을 쓰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특정 부촌과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대책이나 접대비실명제와 같은 일부 정부정책도 반기업·반부자 정서를 부채질해 경기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10. 청년실업 풀고 고용의 質 높이려면

2003년 사상 첫 감소세를 기록했던 일자리 수가 올해 42만개 가량 증가, 양적으로는 고용사정이 회복됐지만 고용의 질(質)은 떨어졌다. 고용 증가가 주로 저임금의 임시직과 비정규직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 말까지 월평균 신규 일자리는 42만개로 정부 목표치를 2만개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의 불완전 취업자가 255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39만7000명보다 6.6%(15만8000명) 증가,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다.

이로 인해 양적으로 늘어난 일자리만큼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또 80만명에 육박하는 실업자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일 만큼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했다. 이 기간 15∼19세에서 월평균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줄고, 20∼29세에서 1만2000개, 30∼39세에선 5000여개가 사라졌다. 만일 내년 성장률이 5%를 밑돌 경우 외환위기 직후의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재현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도움말 주신 전문가 50명 명단

강신호 전경련회장, 강태순 두산사장, 구정모 강원대교수, 권영준 경희대교수, 김광두 서강대교수, 김남구 동원증권사장, 김대송 대신증권사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김신배 SK텔레콤사장, 김원배 동아제약사장, 김정우 종근당사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준현 성균관대교수,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장, 남중수 KTF사장, 닉 라일리 GM대우차사장, 류근관 서울대교수, 박문화 LG전자사장, 박병원 재경부차관보, 박영철 고려대교수, 박용성 대한상의회장, 박정인 현대모비스회장, 배정충 삼성생명사장, 변양균 기획예산처차관, 소진관 쌍용차사장, 손복조 대우증권사장, 송종 교보증권사장, 신동규 수출입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사장, 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 오상수 만도사장, 유지창 산업은행총재, 윤국진 기아차사장, 이동호 대우자판사장, 이수영 경총회장, 이우철 금감위상임위원,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전삼현 숭실대교수, 전성인 홍익대교수, 정갑영 연세대교수, 정광선 기업지배구조센터원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사장, 정홍식 데이콤사장, 최동수 조흥은행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사장, 최흥식 금융연구원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황창규 삼성전자사장.(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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