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가 공직에 갔다고 권력에 눈치 보고...
[문창극 칼럼] 주미 대사로 내정된 발행인
사주가 공직에 갔다고 권력 눈치 보고 비판 소홀히 하는 일 절대 없어야 할 것
이번 글감은 이철우 의원 파동이었다. 공산주의와 매카시즘을 구별치 못하는 우리 풍토에 관한 것이었다. 좌파는 공산주의라는 말만 나오면 매카시즘이라고 몰아붙인다. 인권탄압과 고문을 말한다. 그 말이 나오면 우파는 벙어리가 된다. 실제 그랬기 때문이다. 어느 결에 "과거에 공산주의자였느냐, 또는 아직도 공산주의자냐"라는 문제는 쑥 빠지고 탄압 얘기만 무성해진다. 매카시즘으로 공산주의를 덮을 수 없다. 매카시즘도 나쁘지만 공산주의도 나쁜 것이다. 생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괴롭혔던 일은 반성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에 빠졌던 사람들은 그에 대한 청산작업이 필요하다. 아직도 적화통일을 신봉하는 북한이 있으며, 북한 공산주의에 대한 많은 국민의 피해의식과 두려움을 풀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 이런 내용이었다.
대주주도 나라에 봉사할 수 있는 일
이 글감을 버렸다. 지금 독자가 더 궁금한 것은 그것보다도 발행인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담스러웠다. 자신이 속한 신문사 발행인의 거취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내 안으로부터의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다른 일에는 이런저런 비판을 잘 하면서 내 회사 회장이라 하여 할 말을 못한다면 이미 언론인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대사 내정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기 얼마 전 이를 알았다. 처음은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얘기가 나왔다. 그 후 주미대사 권유가 있었다. 당혹스러웠다. 신문 때문이었다. 권력과 언론의 숙명적 긴장관계 때문이었다. 유엔자리는 국내권력과는 관계가 없고, 만일 된다면 나라의 명예이며 본인도 영광이다. 그러나 주미대사는 다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권력으로부터 초연하기 힘들다. 신문의 사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발행인이 그 자리에 감으로써 혹시 신문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얼마 전 총리가 "중앙일보는 다른 두 신문과 다르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했을 때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권력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신문이 제대로 신문 역할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발행인이 주미대사로 간다 하면 중앙일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를 것인가. 그 점이 걱정스러웠다.
한편으로 나라와 개인을 생각해 보았다. 나라가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부를 때 "나는 신문 때문에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미관계가 이렇게 어려운 때 여러 장점을 갖춘 사람이 봉사한다면 나라를 위해서는 큰 유익함이 아닌가. 또 개인으로 볼 때 발행인이라 하여 일절 공직에 나가지 못한다면 이처럼 불공평한 일이 있겠는가. 어느 자리든 진심으로 봉사할 수 있다면 결국 나라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마음에 위로를 주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중앙일보가 어떤 신문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대주주가 주미대사가 됐다 하여 할 말을 못하고, 쓸 말을 못 쓴다면 그것은 중앙일보의 불행이며 독자를 실망시키는 일이다. 그때부터 중앙일보는 어려운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한두명을 일시적으로는 속일 수 있어도 수많은 독자를 장기간 속일 수는 없다. 독자는 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일이 한국 신문에 큰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사주가 있는 '조중동'을 겨냥하여 신문법으로 옥죄려는 이유는 사주가 편집을 좌지우지한다는 편견 때문이다. 만일 중앙일보가 대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론의 길을 걷게 된다면 이런 편견은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쓸 말 못 쓴다면 모두에게 불행
이는 떠나는 발행인과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맡겨진 일이다. 대주주로서 신문에 애정은 갖되 신문의 일은 지금까지와 같이 신문인에게 맡겨야 한다. 서운할 때도, 압력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그런 불편한 일들이 바로 신문을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대주주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스스로 눈치를 본다면 발행인도 죽이고 신문도 죽이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새해면 40년이 된다. 이 신문은 대주주의 소유물도 아니며, 종사자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미 중앙일보는 이 나라의 주요한 제도가 됐다.
떠나는 발행인이 주미대사로 나라의 어려운 과제를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가능하다면 유엔사무총장도 되기 바란다. 그런 큰 경험을 쌓고 다시 발행인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
문창극 논설주간 12.21
사주가 공직에 갔다고 권력 눈치 보고 비판 소홀히 하는 일 절대 없어야 할 것
이번 글감은 이철우 의원 파동이었다. 공산주의와 매카시즘을 구별치 못하는 우리 풍토에 관한 것이었다. 좌파는 공산주의라는 말만 나오면 매카시즘이라고 몰아붙인다. 인권탄압과 고문을 말한다. 그 말이 나오면 우파는 벙어리가 된다. 실제 그랬기 때문이다. 어느 결에 "과거에 공산주의자였느냐, 또는 아직도 공산주의자냐"라는 문제는 쑥 빠지고 탄압 얘기만 무성해진다. 매카시즘으로 공산주의를 덮을 수 없다. 매카시즘도 나쁘지만 공산주의도 나쁜 것이다. 생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괴롭혔던 일은 반성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에 빠졌던 사람들은 그에 대한 청산작업이 필요하다. 아직도 적화통일을 신봉하는 북한이 있으며, 북한 공산주의에 대한 많은 국민의 피해의식과 두려움을 풀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 이런 내용이었다.
이 글감을 버렸다. 지금 독자가 더 궁금한 것은 그것보다도 발행인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담스러웠다. 자신이 속한 신문사 발행인의 거취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내 안으로부터의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다른 일에는 이런저런 비판을 잘 하면서 내 회사 회장이라 하여 할 말을 못한다면 이미 언론인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대사 내정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기 얼마 전 이를 알았다. 처음은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얘기가 나왔다. 그 후 주미대사 권유가 있었다. 당혹스러웠다. 신문 때문이었다. 권력과 언론의 숙명적 긴장관계 때문이었다. 유엔자리는 국내권력과는 관계가 없고, 만일 된다면 나라의 명예이며 본인도 영광이다. 그러나 주미대사는 다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권력으로부터 초연하기 힘들다. 신문의 사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발행인이 그 자리에 감으로써 혹시 신문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얼마 전 총리가 "중앙일보는 다른 두 신문과 다르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했을 때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권력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신문이 제대로 신문 역할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발행인이 주미대사로 간다 하면 중앙일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를 것인가. 그 점이 걱정스러웠다.
한편으로 나라와 개인을 생각해 보았다. 나라가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부를 때 "나는 신문 때문에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미관계가 이렇게 어려운 때 여러 장점을 갖춘 사람이 봉사한다면 나라를 위해서는 큰 유익함이 아닌가. 또 개인으로 볼 때 발행인이라 하여 일절 공직에 나가지 못한다면 이처럼 불공평한 일이 있겠는가. 어느 자리든 진심으로 봉사할 수 있다면 결국 나라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마음에 위로를 주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중앙일보가 어떤 신문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대주주가 주미대사가 됐다 하여 할 말을 못하고, 쓸 말을 못 쓴다면 그것은 중앙일보의 불행이며 독자를 실망시키는 일이다. 그때부터 중앙일보는 어려운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한두명을 일시적으로는 속일 수 있어도 수많은 독자를 장기간 속일 수는 없다. 독자는 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일이 한국 신문에 큰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사주가 있는 '조중동'을 겨냥하여 신문법으로 옥죄려는 이유는 사주가 편집을 좌지우지한다는 편견 때문이다. 만일 중앙일보가 대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론의 길을 걷게 된다면 이런 편견은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떠나는 발행인과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맡겨진 일이다. 대주주로서 신문에 애정은 갖되 신문의 일은 지금까지와 같이 신문인에게 맡겨야 한다. 서운할 때도, 압력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그런 불편한 일들이 바로 신문을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대주주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스스로 눈치를 본다면 발행인도 죽이고 신문도 죽이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새해면 40년이 된다. 이 신문은 대주주의 소유물도 아니며, 종사자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미 중앙일보는 이 나라의 주요한 제도가 됐다.
떠나는 발행인이 주미대사로 나라의 어려운 과제를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가능하다면 유엔사무총장도 되기 바란다. 그런 큰 경험을 쌓고 다시 발행인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
문창극 논설주간 12.21
[민언련 논평] 홍석현 회장 주미대사 내정, 부적절하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언론개혁 국면에서 홍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되었다는 발표를 접하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첫 번째로 문제되는 것은 홍 회장의 '탈세 전력'이다. 지난 99년 홍회장은 이른바 '보광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교묘하고도 광범위한 탈세 행각이 드러나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실추시킨 인물이다.
다음으로 홍회장이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해온 중앙일보사 회장이라는 점도 문제다. 우리는 신문법 제정과 함께 신문시장 정상화를 언론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추진해왔다. 그리고 국회에서 '신고포상금제'가 통과된 이후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홍회장이 정부 주요 공직에 오른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실상 중앙일보가 불법 경품과 무가지 제공 등 불법 탈법 행위를 일삼으며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해온 신문이라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는 신문대금 카드 결제를 추진하면서 신문가격을 만원으로 내려 '덤핑'을 통한 신문시장 장악이라는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또 정부와 삼성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각종 경제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삼성에 '휘둘리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홍씨가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는 참여정부와 삼성의 '부적절한 관계'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우리는 홍회장이 주미 대사직을 수락한 부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항간에는 홍 회장이 '한국의 머독'을 꿈꾸며 정계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물론 홍씨가 피선거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그의 정계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과거 잘못된 행적에 대해 납득할만한 반성과 해명조차 하지 않을 채 어물쩍 공직을 맡아 정계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홍 회장은 정계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기 전에 우선 탈세와 중앙일보의 신문시장 교란 행위 등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국민적 용서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이 부적절함을 다시 한번 지적하며, 청와대가 이번 인사를 철회해주기를 촉구한다.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12월17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언론개혁 국면에서 홍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되었다는 발표를 접하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첫 번째로 문제되는 것은 홍 회장의 '탈세 전력'이다. 지난 99년 홍회장은 이른바 '보광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교묘하고도 광범위한 탈세 행각이 드러나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실추시킨 인물이다.
다음으로 홍회장이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해온 중앙일보사 회장이라는 점도 문제다. 우리는 신문법 제정과 함께 신문시장 정상화를 언론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추진해왔다. 그리고 국회에서 '신고포상금제'가 통과된 이후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홍회장이 정부 주요 공직에 오른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실상 중앙일보가 불법 경품과 무가지 제공 등 불법 탈법 행위를 일삼으며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해온 신문이라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는 신문대금 카드 결제를 추진하면서 신문가격을 만원으로 내려 '덤핑'을 통한 신문시장 장악이라는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또 정부와 삼성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각종 경제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삼성에 '휘둘리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홍씨가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는 참여정부와 삼성의 '부적절한 관계'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우리는 홍회장이 주미 대사직을 수락한 부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항간에는 홍 회장이 '한국의 머독'을 꿈꾸며 정계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물론 홍씨가 피선거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그의 정계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과거 잘못된 행적에 대해 납득할만한 반성과 해명조차 하지 않을 채 어물쩍 공직을 맡아 정계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홍 회장은 정계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기 전에 우선 탈세와 중앙일보의 신문시장 교란 행위 등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국민적 용서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이 부적절함을 다시 한번 지적하며, 청와대가 이번 인사를 철회해주기를 촉구한다.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12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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