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21/210299.html리더 없는 조직 성향 더 가속화될 전망 강력한 카리스마로 경영권을 움켜쥐고 일사불란하게 조직을 통제하던 절대 군주형 기업의 시대는 끝났다. 창의성을 갉아먹는 중앙집권적 조직은 웹2.0으로 대변되는 ‘평평한’ 기업환경에선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초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이 중앙조직의 통제 없이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조직원의 참여로 움직이는 ‘알카에다 식 경영’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가자들은 “네트워크 경제의 최종 승리자는 리더가 없는 경영조직이다”라며 리더십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알카에다 식 경영’은 세계 평화네트워크(GPN)의 공동 창립자인 로드 벡스트롬과 오리 브라프먼이 처음으로 고안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출신인 로드 벡스트롬과 오리 브라프먼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부터 약 5년간 미국의 대테러 전략을 무력화시킨 알 카에다 조직의 비밀을 파헤쳤다. 현재 이들이 쓴 경영서 <불가사리와 거미 · The starfish and the spider: 리더 없는 조직의 강력한 파워>는 미 국방부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들은 명확한 조직 체계나 리더 없이도 공통된 이데올로기에 의해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분권형 조직인 ‘불가사리 조직’이 우두머리에 의해 톱다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앙집권형 ‘거미 조직’보다 우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머리(리더)를 공략하면 죽는 거미에 반해, 불가사리는 머리가 없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 더군다나 불가사리의 다리를 절단하면 죽지 않고 새로운 불가사리가 탄생한다. 이것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집중 공격을 받고도 알카에다가 궤멸하지 않는 이유다.”
전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빨아들이는 집단 지식창고인 위키피디아나 대형 언론사를 위협하는 지역정보 웹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도 불가사리 조직이다. 크레이그리스트의 창립자인 크레이그 뉴마크는 “이메일로 전 세계의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불편사항을 전달받을 뿐 의사 결정은 사용자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불가사리 조직의 특징은 규제하는 제도가 없고 권한이 하부조직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러우나 혁신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거대한 몸집으로 시장을 장악하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도요타에 굴복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로드 벡스트롬과 오리 브라프먼은 ‘규모의 비경제(Diseconomy of scale)’에 기반한 불가사리 조직은 의견수렴이 어려운 거미 조직에 비해 시장 환경의 변화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세계로 퍼진 구성원을 하나로 결집시켜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이데올로기다. 이데올로기는 특정한 취미나 어젠다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의 공통된 접착제(common gule) 기능을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로드 벡스트롬은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인터넷의 발달로 불가사리 경영의 리더 없는 조직 성향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전통적인 거미 조직의 패러다임에서 불가사리 조직 경영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어떤 조직은 CEO가 출장을 떠나면 바로 비서들의 휴가가 시작되고, 모든 회의며 의사결정이 중단된다. 물론 출퇴근시간도 변경된다. 그것이 이 기업의 기업문화이다.
또 다른 어떤 기업은 CEO의 출장을 확인할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더 분주히 일한다. 직원들의 출퇴근이 더욱 엄격하게 지켜지고, 의사결정이 더 빨라진다.
알카에다식 경영기법이 제대로 먹히는 시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