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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CEO와 직원들의 "취미가 같다?"

2007/04/02 00:10
Canon | Canon IXY DIGITAL 55 | Pattern | 1/100sec | F/2.8 | 0.00 EV | 5.8mm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06:02:26 13:00:44

과거 미술품 감상이 취미인 윗사람을 만나 곤혹을 치룬 기억이 있으십니까?

가끔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쉴 새 없이 달려가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우리는 항상 일에 치여 가끔 허락된 휴식조차도 습관처럼 맞이하고 습관대로 휴식한다. 그러나 일상의 에너지를 충전하여 나 자신을 앞서기 위해서는, 휴식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네 직장인들은 끊임없는 일과 상하의 보이지 않는 감시, 성과주의 평가 시스템에 쌓여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고, 근면과 성실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사회적 분위기도 휴식에 대한 비정상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두뇌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는 이제 ‘열심히 일하려면 쉬어라’로 바뀌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휴식은 계획적이어야 하고 준비가 필요하다. 휴식은 여가하고도 연결되어질 수 있는데, 그 여가는 취미 등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본인의 여가나 취미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옹색하다. 그래서 취미는 잠을 자다가도 설레이고 일을 하다가도 멈칫 앞으로의 즐거움에 대한 기대치로 자리잡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 정도의 취미가 없다면 만들어 내고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곧 일상에 대한 만족과 자신감으로 연결되어 일상에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일주일에 딱 하루 쉬는 날마저 취미활동 등 외부활동에 투자했을 때 오히려 더 피곤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의 취향에 근거한 여가는 보내는 사람들이 정신적•신체적 피로를 더 잘 풀 수 있다고 확신한다. 뿐만 아니라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은 원기를 회복시켜 주고, 스트레스나 욕구불만, 갈등, 좌절감 등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주변 사람이 클래식 연주회에 가는 나의 여가에 대해서 엄청난 위로를 표했다. 아니 그 소음에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하는 애초로운 표정까지 지으며! 전인교육을 받은 우리네가 개성없는 취미로 물들어 있음이 개탄스럽기도 한데. 아무튼 내 취미는 나의 취미이다. 남들이 하는 것을 그냥 할 수 없이 따라하는 것은 취미가 아니다.

가끔 전직원들이 산정상에서 프랭카드를 들고 같은 복장으로 사진을 찍어 신문에 올린 보도 자료를 본다. 이미 알아서 기는 이들의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아마도 등산을 실행하기 전에 CEO의 취미를 파악한 머리좋은 임원이 말알아 듣는 부서장에게 "동호회"결성을 지시하고 완벽한 사전 준비에 따라 자연스럽게 취미가 등산인 사람들만의 등산이 이루어진다. 물론 취미가 같은 직원들이 합세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 수"가 적정수 이상이어야 다른 CEO들에게 얘기거리가 되니, "동호회원"모집은 암묵적으로 목표처럼 배분도 이루어진다. 등산에는 홍보실 사진촬영 담당이 참석하고, 복장과 프랭카드도 준비된다. 물론 정상에서의 단체사진 촬영은 필수이다. 사진촬영 대형에서 CEO옆에는 진급을 앞둔 아랫사람들이 서로 끼어들고... 홍보실 직원들은 등산이 끝난 피곤에 지친 저녁이라도 젠걸음으로 회사로 뛰어들어가 "취미" 보도자료를 만들고, 눈비비고 일어난 아침 일찍,  각 신문사로 보도자료를 돌리고는, 평상시 만만한 기자들과 거한 점심을 먹이며 게재를 부탁한다. 그 보도자료가 사진까지 실려서 신문에 나면, 홍보실 직원은 신문을 오려서 득달같이 CEO에게 달려간다. CEO는 아침부터 홍보실 직원의 호들갑을 반갑게 맞이하여 보도자료가 난 신문을 챙긴다. 주간단위 취미의 시작이자 마무리이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등산회"를 조직하여 취미 여가활동을 활발히하여 매주 전국 명산을 누비고 있다고. 우리는 창조적인 회사업무를 위해 이렇게 여가를 즐기고 있다고 신문에 대문짝하게 나면 홍보담담 임원은 그제서야 어깨가 우쭐해진다. 물론 등산회 회원은 CEO을 비롯한 주요 임원과 부점장이고 기획, 총무, 인사, 홍보부서원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CEO의 취미는 전직원들의 취미와 같아지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눈도장을 꼭 찍어야 하기 때문에 아파도 빠지면  안되고, 건강함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속도를 내야하고, 회사에 목숨을 걸었기에 친인척 애경사도 미루는 대범함을 보여야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등산이 취미가 아니라 웬수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회사원의 취미는 모두가 CEO의 취미와 같아야 된다고 착각하는 CEO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CEO 혼자 산에 오르면 산이 무너지나? 꼭 달고 다리려고 하는데 싫어하는 아랫사람의 눈치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도 안타깝다. 아무리 유일한 취미가 등산이더라도 오늘같이 황사가 심한 날이면 취소할 수도 있어야 한다. 취미가 등산이라면 말이다. 오늘은 황사가 아주 그득한데, 마눌님의 지극정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짤리면 니가 책임질텨? 사장도 임원들도 다 오는데 황사가 무슨 상관?" 하면서 산에 오른 친구녀석이 한가로이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나에게 휴대전화로 불평을 털어 놓았다. 목소리를 들으니 아마 몰래 숨어서 가슴조이며 전화를 하는 모양이다. "넌 이러구 살지 마라!"

대한민국 회사원들에게 취미의 자유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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