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온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면 무슨 얘기를 하나요?

2007/03/04 23:58
Canon | Canon IXY DIGITAL 55 | Pattern | 1/8sec | F/2.8 | 0.00 EV | 5.8mm | Off Compulsory | 2007:03:02 21:14:04

토쿄 비즈니스 호텔 근처의 한 식당에서 먹은 "말고기회", 새로운 음식은 가족과 나누고 싶은 음식코드 중 하나이다.


가정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접두사 “재(re-)”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을 생각할 때 우리는 접두사 “재”로 시작되는 단어를 떠올린다. 귀가(return), 재회(reunite), 재결합(reconnect)과 같은 단어들이 그런 예이다. 이런 단어들은 가정의 의미에 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가정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외부 세계와 달리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반복하면 의미가 더해지는 장소이다. 이것이 미국 문화에서 귀향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이고 군대나 위험에 처한 우주비행사를 귀환시키는 일에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다. 미국의 가족에 대한 코드를 알면 가족이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집으로 이사를 간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왜 그토록 큰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가정의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그곳에 바로 가족과 가족에 대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할머니 집 식탁에 둘러앉아 추수감사절 만찬을 하는 것은 미국의 코드와 잘 맞지만, 휴가철에 휑하니 낯선 식당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매일 직장에 나갔다가도 저녁에는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둘러앉는 순간 진정으로 가정으로 되돌아온 느낌을 갖게 된다. 저녁식사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필연적인 순환(essential circle)”이다. 다른 문화에서는 저녁 식사의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은 가족끼리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하며 퇴근 후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간다. 가족과의 식사는 일본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중국의 저녁식사는 오직 음식을 먹는 행위일 뿐이다. 중국 가정에서는 식사를 하는 동안 서로 대화를 나누는 법이 없다. 미국인들에게 저녁 식사는 순환으로서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음식 자체는 이차적인 것이다. 모든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을 수 있다면 음식점에서 사온 피자를 먹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피자는 실제로 둥근 원형이고 모두 나누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순환이라는 저녁식사의 코드와 가장 잘 맞는 음식이다.

한국의 저녁식사는 어떠한가? 아마도 일본과 같이 생소한 개념으로 바뀌어 가거나, 아니면 중국의 경우처럼 음식을 먹는 행위이외에는 어떠한 동작도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오늘 저녁, 내일 본격적인 출발을 앞두고 모처럼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저녁식사를 나누는 가운데, 한 마디 훈시를 하다가 아내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자리를 가려서 얘기하라."고, 분위기는 더욱 엄숙해졌고, 결국 기회를 잃고 말았다.

 
댓글0 트랙백0

이 글이 속한 카테고리는 Write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