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왜 한국증시 주변에는 "황소" 동상만 있나?

2007/02/11 23:24


증권시장에서는 결과를 보고 그 시장을 판단하는 일들이 반복된다. 결과를 가지고 왜 올랐는지 왜 떨어졌는지를 짚어주는 것이 확률적으로나 책임소재 면에서 부담이 없다. 이렇게 시황을 '복기'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일의 전부가 '복기'라고 지적하면 굉장히 화를 낼 일이다. 물론 예측도 하고 예상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언제나 bull market를 중심으로 되어있다. 틀려도 상관없다. 비난을 받을 지라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아주 안정적인 업무를 맡았다고 할 것이다. 언론에 자주 비치게 되고, 언변이라도 있으면 애매모호한 얘기만으로도 수 많은 '고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런데 한국 증시에서는 bear market을 예상하는 것은 왜 금기시 할까? 왜 그렇게 자신하지 않는가? 왜 시황은 항상 낙관적이어야 하는가? 결국 이런 왜곡된 시황관이 증권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도를 잃게 하는 한 가지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증권가에는 bull market과 bear market이 있다. 황소의 경우 적을 향해 공격하는 방법이 뿔을 사용하여 들어 올리는 것이다. bull market은 황소의 이런 공격법처럼 시장이 위로 올라가는 상승장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곰이 공격을 할 때는 상대를 잡아 땅으로 내리꽂는데, 이에 따라 bear market은 끝없이 추락하는 내림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용어의 유래를 다르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런던에서 곰 가죽을 팔던 거래상들이 있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곰가죽의 가격이 곧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사냥한 곰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그 가죽을 예약 판매 했다고 한다. 그들은 곰가죽의 가격이 떨어지자마자 낮은 가격으로 가죽을 구입해 예약으로 산 사람들에게 팔아 그 차액을 챙겼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곰가죽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에서 bear market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bull market 역시, bill(지폐)를 의미하는 'bulla'에서 나왔다고 한다. 거래상이 시장이 좋아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물건을 챙겨두었다가 가격이 높은 시점에서 판다고 해서 bull market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로 투자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bullish와 bearish가 있다. bullish on technology stocks(기술주를 선호하는) 또는 bearish on gold(금을 내다 파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래에서의 정확성을 따지자는 것은 이 글의 논지가 아니지만.

아주 오래전이다. D증권사에서는 매주 시황전망을 자료화해서 배포하는 "위클리"라는 발행물이 있었다. 두 번째 면에 S상무의 "주가 하락전망"의 글이 실려 각 지점에 배송되었다. 월요일 아침, 직원들은 배송된 발행물을 고객에게 배포하기도 전에 긴급 전문이 날아왔다. 폐기도 아닌 "전량회수". 어찌 하락하는 시황을 증권사에서 실을 수 있느냐 였다. 다음날 장밋빛 시황이 실린 주간지가 다시 배송되었다. 그 후에 어찌 되었는가? 그 S상무의 예상대로 주가는 폭락했고, 증권사는 아무런 대책없이 하염없이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다.

여의도에 있는 한국증권업협회 앞에도, 대신증권 사옥 앞에도 아주 큼직한 "황소" 동상이 있다. 물론 거래소 로비에도 거대한 "황소"만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황소" 동상만 있는 한국증시에서 나쁜 시황을 어찌 마음놓고 말할 수 있는가? 지난해 부터 1년여 기간동안 시황은 지리한데 시황은 호황기와 진배없이 같은 색을 뿌려놓고 있다. 투자자들의 참여도나 신규 유입속도를 보고 객관적으로 깊이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늦었는지도 모른다.
 
댓글0 트랙백0

이 글이 속한 카테고리는 Business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