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 소재는 단수로 표시되어야 합니다.
“책임을 가진 자만이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다.” 철학자 한스 요나스의 말입니다.
이 말은 너무 당연한 것을 동어반복으로 강조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성의 있는 사람만이 무성의하게 행동할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만이 무지하게 행동할 수 있다.” 같은 말들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책임을 논할 때는 책임의 분명한 소재가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요나스가 들었던 다음과 같은 예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카지노에서 자신의 전 재산을 내기에 거는 노름꾼은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기에 건 돈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그것은 범죄적 행위입니다. 만약 그가 가장이라면, 그 돈이 의심할 여지없이 자신의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가 따든 잃든 관계없이- 그는 무책임한 것입니다. 이같은 예들을 통해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책임과 무책임의 문제는 개인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관계의 망’ 에 걸쳐 있는지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책임의 소재는 단수로 표시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 나라의 책임, 그 어느 누구의 책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단수들이 모여서 복수의 책임이 될 수 있지만, 애초부터 우리의 책임이라는 말은 그럴듯할 뿐이지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책임질 공인이 실종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책임의 영역에서도 사적 인간관계와 공적 관계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적 인간관계에서는 ‘네 책임인지, 내 책임인지’ 책임의 소재를 지나치게 따지는 것보다 경우에 따라 상호 포용과 책임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공적인 영역에서는 지나치리만큼 따져야 합니다.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은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며,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결과에 대해 벌을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조적 방어] 와 [알리바이의 역설]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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