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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2.17 "T-Valley Club에서 온 편지"

1999/12/17 23:37
테헤란 밸리 스케치

홍보대행사 **인터내셔널의 K입니다.

저희 회사는 8년전부터 주로 IT업체들을 홍보해왔던 이력답게 테헤란 밸리의 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선릉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하루도 시간에 쫓기시는 기자분들을 만날 경우를 제외하면 테헤란 밸리를 벗어나기 힘들답니다. 특히, 요즘은 강남 진출이 어려운 일간지 기자분들까지도 테헤란 밸리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자주 방문하시더군요. 불과 몇 달만에 참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테헤란 밸리의 하루는 언제나 건강한 에너지를 감지하게 합니다. 한마디로 힘이 넘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거대한 회색 건물들이 무심히 진을 치고 서있고, 거리에는 온통 차선위반에 이골이 날대로 난 차들뿐인데 과연 뭐가 그리 행복스러운지 궁금하시지요.

제가 테헤란 밸리의 묘한 기운을 느끼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남들이 IT대세론이니, 코스닥이니, 나스닥이니, 벤처 열풍이니 할 때도, 그저 클라이언트의 일상화된 업무라고만 여겼을 만큼 실물경제나 제테크에 잼뱅이였던 저에게마저 언제부터인지 테헤란 밸리에 넘치는 살아있는 경제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아주 최근의 일이기는 하지만요.

제가 느끼기에는 지난 8월 정도부터 조짐이 확실히 읽히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IT업계의 내노라 하는 회사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보면 "우리 다음달에 테헤란로로 이사가요" 하는 답변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PR하는 사람들답게 저희 회사 AE한 분이 "야 이거 테헤란로가 테헤란 밸리가 되는 것 아니냐"며 시의 적절한 작명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그 아이디어는 바로 보도자료가 되서 기자분들에게 전달 되었답니다.

저희가 움직인 탓이라기 보다는 대세가 테헤란로를 한국경제의 새로운 이정표로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그 후로 테헤란 밸리는 역동적인 스스로의 내압으로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테헤란 밸리를 개명하여 한국 경제의 새로운 신화를 만드는 곳으로 재배치하자는 의견에서부터, 테헤란 밸리 밀레니엄 축제, 테헤란 밸리 내부 순환 버스 설치, 테헤란 밸리의 모든 건물에 www.의 인터넷 주소를 간판으로 달자는 의견까지 테헤란 밸리를 둘러싼 천태만상의 아이디어들이 샘솟기 시작되고, 이 거리에 관한 온갖 담론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단 하나의 대의 명제, [테헤란 밸리를 실리콘 밸리에서나 볼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의 장으로 구성하자]라는 이 곳 사람들의 끓어 오르는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미 준비된 지리적인 근접성을 상호상승효과를 통한 결과물의 창출로 전환시킬 수 있을 만큼의 인적 네트워킹이 절실한 테헤란 밸리의 IT종사자들에게는 당연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직종,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을 만큼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언제든 원하는 정보를 얻고, 뜻이 맞는 새로운 파트너쉽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싶은 테헤란 밸리 사람들의 희망이 온전히 담겨있는 움직임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저희 회사는 T-Valley Club이라는 이름으로, IT종사자들을 위한 지극히 캐주얼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저희들 역시 테헤란 밸리의 파릇파릇한 기운이 건강한 거목으로 자라 아시아 경제의 포인트 섹터로 자리매김하기를 진실로 원하는 이 곳 사람들이고, 그런 만큼 서로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창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까닭에, 바로 그런 자리를 저희 스스로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1월 14일을 D-day로 준비되고 있는 첫번째 [T-Valley Club]에는 [내가 살게, 백잔!]이라는 재미있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테헤란 밸리 클럽의 모든 캐릭터가 담겨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

저희가 꿈꾸는 의사소통의 창구는 정보통신에 발을 담그고 있는 현업종사자들이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만나, 맥주 한잔을 나누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와 최고경영자가, 홍보담당자와 벤처 투자자가 뒤섞여, 일과를 마친 후의 나른한 피로감을 맥주 한잔에 가볍게 씻어내고, 웃고 즐기고, 때로는 노래도 하고, 서로의 생각을 편안하게 나누다가 좋은 기회를 만나면 더 큰 파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는 그런 자리입니다.

T-Valley Club은 앞으로 한달 정도의 사이를 두고 매달 호스트를 바꾸어, 이번 달에는 링크가 백잔을 사고, 다음달에는 모모사가 백잔을 사고 하는 식의 릴레이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야 비용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각 호스트사마다의 개성과 특징도 보여주는 그런 행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입니다. 물론 호스트는 그저 자리를 마련할 뿐이고, 그 자리의 문화는 그날 오신 분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고요.

이 행사에 대해서는 이메일 클럽에 처음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 행사 호스트는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저희는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좋은 취지를 마다할 회사는 적어도 테헤란 밸리에는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IT업계에서 일하시는 모든 기업체 임직원들과, 담당 기자분들, 투자자들, 홍보대행사 임직원들, 엔지니어들, 회계법인 종사자들을 초대할 예정입니다만, 설사 맥주 백 잔으로 해결이 안되더라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시기를 이 자리를 빌어 말씀 드립니다. T-Valley Club은 우리모두가 마련하는 그런 자리니까요.

저희에게 자료가 있는 분들은 이메일로 장소, 시간 등이 담긴 초대장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만, 혹시 참가를 원하는 분들은 전화 6***-6****(내선***), K에게 연락 주시면 행사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테헤란 밸리에 오시면 미래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역동적인 힘이 보입니다. 첫번째로 희망의 초록빛 깃발을 꽂는 그 자리에서 꼭 얼굴을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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