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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2.03 백화점의 "사은품 마케팅" 극성, 아파트까지

1999/12/03 23:41
요즘 부쩍 백화점들의 '사은품마케팅'이 극성입니다.

"하루에 100만원 어치를 산 고객에게는 10만원권 상품권이나 전기압력밥솥, …중 하나를 드립니다"는 내용의 전단지가 연일 아침신문과 함께 집으로 배달되고 있습니다. 한술 더 떠 지난달 말 한 백화점에서는 10만원이상 구매한 고객에 한해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경매 상품으로 48평 아파트, 그랜저 XG 등 초고가제품까지 내놓았지요.

알고 계시나요. 이 백화점의 경매 참가권 1만장이 이틀이 안돼 모두 소진됐다는 것을. 지난 1일 이 백화점이 연 경매에서는 수 천명이 몰려 48평 아파트가 2억3500만원(분양가 2억6057만원)에 한 남자참가자에게 낙찰됐다고 합니다. 분양가보다는 몇 천 만원 싸게 아파트를 샀으니 잘 샀다고 해야 할까요. 아뭏든 덩달아 경쟁백화점들도 '밀레니엄 경품행사'를 요즘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백화점들의 과도한 세일, 사은품에 대해 규제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 백화점 영업담당 임원들이 최근 모여 '자율규제'에 대해 논의도 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못 내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회사별로도, 또 영업점포별로 입장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백화점들이 사은품 행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매출때문입니다. 사은품 행사를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매출이 평균 30~40% 정도 오른다고 합니다.

"필요한 물건도 사고 덤으로 사은품까지 준다는데 딴지 걸 이유가 뭐냐"고 생각할 회원분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우선 사은품 비용이 고객들이 사는 상품에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27만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을 30만원 주고 산 뒤 3만원짜리 사은품을 되돌려 받는 식이란 얘기죠. 백화점 측에서는 "그게 아니라 평소보다 많이 파는 만큼 매출증대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다면 사은품 주는 만큼 더 싸게 물건을 팔면 될 것 아닙니까.

더 큰 문제는 요즘 백화점들이 제공하는 사은품 목록에 있습니다. 전기튀김기, 전기팬히터, 전기스토브, 전기쿠커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은 전열제품들은 왜 이리 많습니까.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모 은행이 98년 초 창립기념품으로 고객들에게 증정한 온도계부착 튀김용기 18만개에 대해 리콜(제품회수)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튀김용기에 부착된 온도계 표시온도와 실제온도가 적게는 33도, 많게는 113도까지 차이가 나 사고의 우려가 높다"는 게 소보원 측의 설명입니다. 이 같은 조사를 소보원이 하게 된 데는 물론 이 튀김용기를 사용하던 고객이 화상을 입은 게 계기가 됐구요.

재경부고시 '리콜절차규정'에 따르면 리콜의 책임은 1차 적으로 제조업체에 있습니다. 따라서 백화점들이 제공한 사은품들 중에 불량품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사은품을 백화점에 납품한 제조업체가 제품 교환의 책임이 있을 뿐 백화점의 추가부담은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겠습니까. 사은품으로 받은 전열기구가 터져 고객이 1~2도 화상을 입어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만에 하나 발생한다면. 연일 신문 사회면은 '사람 잡은 백화점 사은품', '고객 안전 무시한 사은품 경쟁' 등의 제목이 뽑힌 기사들로 도배를 할 것이 뻔합니다. 문제가 된 백화점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려야 할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고객들로부터 외면 당할 것을 각오해야 할거구요.

백화점업계를 '겁주는' 가상얘기는 그만두고 미국의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의 한 패스트푸드업체는 97년 100만 달러가 넘는 손해배상금을 60대 노인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할머니가 뚜껑 덮힌 커피의 뚜껑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무릎에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죠. "피고 측은 커피의 뚜껑이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전에 소홀히 했다"는 게 판결의 요지였습니다. 동종업계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일벌백계(一罰百戒)'의 판결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누가 가장 먼저 이 같은 매를 맞을까요. 알아맞추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만 정말 백화점 측이 제공한 사은품이 만에 하나 잘못되는 날이면 '첫 번째 케이스'는 정부나 소비자, 언론으로부터 호되게 당할 겁니다.

'사은품 마케팅'으로 매출에 톡톡히 재미를 본 백화점들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전사은품 마케팅'으로 고객의 신뢰까지 붙잡는 방안을 서둘러 강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사은품행사를 하겠다면 안전사고의 우려가 전혀 없는 상품권 같은 것이 낫겠죠.

/ 朴淳旭드림 swpark@chosun.com


사은품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이 있다면 글쎄라는 의문부호를 달 수 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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